대웅전 24

백암산 백양사의 붉은인동

2024. 05. 19.어느가을 백양사의 청운당앞 연못가에 홀로남은 붉은인동 씩씩하게 겨울지나 오월의봄 한가운데 향기가득 만개했네백학봉이 듬직하게 호위무사 되어주고 청운당이 은근하게 붉은인동 바라보니 낙목한천 엄동설한 잘견디고 활짝웃네무슨사연 있었기에 두손모아 합장하고 청운당뒤 담장너머 백학봉을 바라보며 인당수의 심청인듯 소원성취 빌고있네무병장수 만사형통 꿈이런가 바람인가 과유불급 안분지족 방하착과 동무하여 붉은인동 꽃피우듯 힘든삶도 반등하리붉은인동 겨울견뎌 향기속에 봄즐기고 연못속의 비단잉어 해빙되어 유영하니 사바세계 동토에도 언젠가는 봄오겠지

꽃 이야기 2024.05.20

내장사에 비친 봄 기운

2024. 04. 02.내장산 작은 암자로 시작해서 성장한 내장사 천왕문과 정혜루 사이에 작은 연못 하나 파서 화마를 다스리려 한 절심함에도 아랑곳없이 연못에 투영된 내장사 전경이 쓸쓸해 보이고 공허하게 들려오는 염불소리와 산새소리는 청아하게 들려오지만 봄은 아직인 듯싶네요어처구니없는 방화로 웅장했던 대웅전 자리 작고 초라한 가건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수년간 재건축의 손길이 닿지 않고 방치된 듯 가까이 다가가기에도 속상한 마음이 커지니 멀리서 바라만 보다 마음 다잡고 다가갑니다거듭되는 방화로 이제는 나라에서도 손 놓고 가입된 화재보험도 방화 단서조항 때문인지 보험금 한 푼 받을 길이 없다 하니 빼곡히 적어 불자들에게 대웅전 중창에 십시일반 해주길 간곡하게 바라는 마음을 벽면에 적은걸 보고 머잖아 다시..

여행 이야기 2024.04.15

모악산 금산사의 봄

2024. 03. 27.시원하게 펼쳐진 모악산 계곡을 지나 잘 정돈된 개나리 길을 따라 무념무상 모악산 천년고찰 금산사의 봄을 찾아 목련이 성글게 이어진 산책로를 지나 계곡 위 다리 건너 천왕문을 지납니다사방이 툭 터진 천왕문과 선제루 사이 너른 광장이 끝나는 선제루 왼쪽에는 기대에 부응하듯 탐스러운 백목련이 아니 목련이 금산사의 봄을 알립니다선제루를 바라보며 의연하게 서있는 함박 핀 키다리 목련의 그윽한 눈빛이 목련 꽃피기를 학수고대하던 속세의 오염된 영혼들의 권모술수와 탐욕을 잠재우고 은은한 향기로 다독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두 번 다시 탐욕과 정쟁을 위해 목련뿐만 아니라 순수한 꽃과 자연이 소환되지 않기를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니 헛되다 해도 자연만은 꽃만은 그러하지 않습니다하늘을 우러러 한..

봄 이야기 2024.04.09

백암산 백양사 홍매(紅梅)

2024. 03. 07.인적도 뜸한 백양사 서쪽 비탈진 언덕위에 보란듯 활짝 홍매화 웃고 봄볕이 내리쬐는 백양사 뜰엔 봄기운 가득 봄내음 진동하네대웅전을 내려보다 백학봉을 올려보니 삼라만상 여기저기 봄바람에 살랑살랑 파안대소 홍매화는 짙은향기 흩날린다백양사의 팔층석탑 홍매화가 감싸앉고 아침해가 넘어오는 동쪽산정 빛줄기에 달아오른 홍매화가 백양사를 밝혀주네백학봉을 올려보고 활짝웃는 홍매화가 세인들의 눈을피해 비탈길에 서있건만 때가되면 만개하여 봄소식을 전해주고대웅전을 바라보는 홍매화의 수려함에 봄기운이 살랑살랑 백양사를 에워싸니 사바세계 근심걱정 잠시잊고 無我之境

봄 이야기 2024.03.11

정월 대보름 안동 봉정사의 매화가 봄 소식을 전합니다.

금년 들어 첫 방문하는 봉정사는 작년 11월 마지막 방문 이래로 뭐가 그리 바빴는지, 정월 대보름이 되어서야 혹시 봄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설렘을 안고, 천등산봉정사라고 현판이 붙은 일주문을 지나고 표지석을 지나고, 작년 가을에 보수 공사를 끝낸 봉정사의 관문 만세루를 지나 대웅전 앞 뜰을 살펴보고, 대웅전과 극락전 사이에 자리한 석조여래좌상 주변도 살펴보고, 극락전과 삼층석탑을 둘러봐도 어느 곳에서도 봄이라 할 수 있는 단서를 전혀 찾을 수가 없네요. 마지막으로 극락전 아래 범종각을 향하면서, 드디어 봄이 오는 단초를 발견합니다.극락전 아래 담장 앞에 시커멓게 헐벗고 서있는 청매 나뭇가지에 파릇파릇한 청매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합니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세루 앞을 지나 대웅전 아래 왼쪽에 있는 제법..

여행 이야기 2024.02.24

입춘을 바라보는 백양사의 겨울풍경

2024. 01. 29.아직은 봄이 요원하기만 하건만, 폭설을 동반한 한파가 막바지로 다녀간 입춘을 불과 일주일 남긴 백양사 가는 길은 눈이 거의 녹아있으나, 일광정 앞 약수천 작은 호수 가상자리에는 얼음이 그대로 남아있는 채로 흐릿한 아침하늘 사이로 파란 하늘이 조금씩 새어 나오고, 백학봉의 데칼코마니가 아쉬운 대로 푸른 하늘 틈바구니에서 약수천에 내려앉고, 일기예보는 일교차가 15도를 상회한다 하니, 따스한 봄기운이 시나브로 찾아올 날도 머지않았다 싶습니다.일광정 앞 호수에 살던 오리 떼들이 쌍계루 앞 호수로 놀러 온 듯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하니, 이 또한 백양사의 특별한 겨울풍경이 아닌가 싶습니다.아직 눈이 그대로 쌓여있는 쌍계루 다리를 건너 백양사 경내로 가는 길 입구에 있는 카페에서 잠시 몸도..

여행 이야기 2024.02.13

입춘을 바라보는 내장사의 겨울 풍경

2024. 01. 30.언제부턴가 내장사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 앞 다리를 건너기 전, "부모님 은혜"라는 내장사 대우 스님의 시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시간을 즐기곤 합니다.지난주 내내 폭설로 몸살을 앓던 내장산 일대였는데, 주말 내내 화창했던 날씨가 눈을 많이 녹게 했고, 생각 외로 우화정 옆에 주차를 하고 내장사로 가는 길은, 아이젠과 스패츠도 준비해 갔건만, 기온도 적당하고 눈도 적당해서 장비 없이 상쾌하게 걷기에 안성맞춤입니다.일주문을 지나 눈이 거의 녹은 쭉 뻗은 단풍 터널길을 지나니, 천왕문이 반갑게 맞아주고, 천왕문 안 왼쪽에 꽁꽁 얼어붙은 연못은 풍수지리에 의거 화기를 막기 위해 조선시대에 조성되었다 전해지지만 화재는 그 뒤로도 625 전쟁과 ..

여행 이야기 2024.02.11

내장산 우화정과 내장사에 2023년을 맡기고, 2024년 새해를 맞으러 갑니다.

2023. 12. 30.이제는 2023년과 작별을 나눌 시간입니다. 마지막 날 갔었던 작년과는 달리 하루 일찍, 내장산국립공원의 우화정과 내장사에 가는 해를 잘 맡겨 놓으러 갔습니다. 우화정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돋아날까 싶어 무작정 우화정으로 달려가 용을 쓰며 홀로 송년회를 해보지만, 날개는커녕 눈길에 살짝 미끄러지며, 중심을 잡으려 땅바닥을 짚은 왼쪽 팔에 통증이 몰려옵니다.일주문을 지나, 눈이 거의 쌓이지 않은 내장사 가는 길의, 겨울 답지 않은 낯선 풍경에 어리둥절하며, 잠깐 사이 천왕문을 지나 정혜루도 지나 경내로 들어섭니다.여전히 수년 전 어이없게 화마가 앗아간 대웅전 자리에는 창고 같은 임시 글씨만 큰 법당인 대웅전을 대신하는 자그마한 법당이 나그네를 슬프게 합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겨울 이야기 2023.12.31

모악산 금산사의 만추

2023. 11. 15.작년보다 일주일 정도 일찍 찾아온 금산사는 작년 보다도 오히려 가을이 더 일찍 떠나려는 듯싶습니다. 이번 가을만 짧아진 것인지, 아니면 점점 길어지는 겨울을 예견하는 서곡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늘은 아직도 눈이 시리게 높고 푸르건만, 떨어진 낙엽은 어느새 대부분 사라지고, 하나 둘 겨우 매달려 있는 낙엽이 애처롭게 보이는 옷 벗은 나무들이 허전하고 쓸쓸해 보입니다.그나마 파란 하늘과 따스한 햇살이 수고한 가을을 아름답게 보내주려 애쓰는 모습이 작년 분위기와 비슷한 공원의 넉넉하고 편안한 품에서 잠시 머물다 일주문으로 향합니다.일주문을 지나고 천왕문을 지나 대웅전과 미륵전을 지나 오 층 석탑이 있는 탑사위로 올라가 석탑 앞에서 잠시 소원을 빌고, 탑사 아래 보이는 웅장한 대웅전과 미륵..

가을 이야기 2023.11.23

선운사의 가을풍경 스케치

2023. 09. 22.어느덧 추분이 하루 앞으로 바짝 다가온 새벽 4시를 막 지나면서 용서고속도로 오산 방향 서수지 톨게이트를 통과, 장장 238km의 선운사 가는 여정을 3시간 가까이 경부, 천안논산, 당진평택, 서천공주, 그리고 호남고속도로를 거침없이 달렸지만, 서천공주고속도로 청양을 지나면서 하얀 소복차림의 구미호라도 금방 눈앞에 나타날 것만 같은 으스스하고 음산한 짙은 안개가 군산에 이르러 자동차 백밀러에 발갛게 동이 트는 하늘이 눈에 들어오기까지 이어져 잠시 속도를 늦췄을 뿐, 시속 110km로 정속 주행하면서, 지금은 투병 중인 가수 방실이(서울시스터즈)가 불렀던 가요 "첫차"의 첫 소절을 무의식 적으로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흥얼거립니다. "새벽안개 헤치며 달려가는 첫차에 몸을 싣고 꿈도 싣고..

여행 이야기 2023.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