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1. 06.
다행스럽게도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비가 내린다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황사등 미세먼지가 가득한 흐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도 없이 청정 바다가 반겨주는 곽지해수욕장에 도착해서 여유롭게 주차를 하고, 넓게 펼쳐진 곽지해수욕장의 해변 산책로를 지나고 한담해변산책로를 지나 애월해변의 카페거리까지 갔다 오는 왕복 3km 남짓한 산책길에서 올레꾼 시절을 회상하며, 첫 번째 완주할 때는 없었지만, 두 번째 완주할 때에 새롭게 개장되었던, 기존의 지루했던 15코스와는 달리 복덕개포구에서 시작해서 애월해변 카페거리까지의 아름다운 해변으로 연결된 15(B) 코스는, 올레길 14코스의 협재해변과 금능해변, 12코스의 수월봉과 차귀오름과 용수포구, 그리고 8코스의 중문해안과 7코스의 외돌개, 6코스의 소정방폭포와 소천지, 5코스의 쇠소깍, 4코스의 남원 큰엉 한반도정원등 멋진 해안길과 해변으로 연결된 올레길 중에서도 가장 아기자기하고 아름답고 걷기 편한 길이 바로 15(B) 코스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나의 올레길 추억의 기억 소자는 강변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협재해수욕장도 함덕해수욕장도 이호테우해수욕장도 점점 심해지는 파도의 이안류 현상으로 인해 발생되는 모래의 유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지책으로 비닐 등으로 덮어놓은 해변이 마음을 짠하게 했는데, 곽지해수욕장도 예외 없이 너른 해변에 마치 밭두렁에 씨앗을 심고 덮어놓은 비닐포장 같은 전경이 이제는 겨울 해수욕장의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듯싶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자연을 마구잡이로 훼손시키고, 날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배출되는 생활폐수와 오염물질들로 점점 뒤덮이고 있는,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지구촌의 안타까운 현주소가 아닌가 싶어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는 눈을 흐뭇하게 합니다.
깨끗한 해변에 다정히 앉아있는 커플과 개의 모습에서 새삼 소중한 평화와 자유가 느껴집니다.
갈매기를 몰아내고 한담해변을 독차지해 버린 외래종 철새인 가마우지가 처음에는 신기해 보였지만, 이제는 갈매기가 아름다운 해변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여전히 에메랄드빛 청정바다로 남아있는 해변이 있어 위안이 되고, 가능한 기억 속에 많이 담아가고 싶은 마음에 한참을 서서 보고 또 봅니다.
한담해변산책로에서 바라보는, 에메랄드빚 바다 건너 곽지해수욕장과,
마주 보고 있는 반대편 애월해변이 아직 까지는 오염되지 않은 채로 우리 곁에 남아 있음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릅니다.
애월해변의 카페거리에 다달을 즈음, 한담해안산책로의 표지석이 나타나고,
언제나처럼 봄날 카페를 한컷 담고 곽지해수욕장 주차장을 향해 왔던 길을 되돌아갑니다.
사람보다도 많아 보이는 자동차들이 비좁은 애월카페거리 입구에서 서로 뒤엉켜서, 차 안에 갇힌 운전자들의 일그러진 표정들이 조금 안타까워 보이기는 했지만, 여유로운 곽지해수욕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유유자적하게 아름다운 겨울바다를 즐기며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참 좋은데......
어느덧 흐릿했던 하루가 저물어 가려나 봅니다.
언제 다시 찾아올지 알 수 없는 아쉬운 작별의 순간을 맞으며, 흐린 날씨 탓에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없어 자칫 황량해 보이는 너른 곽지해수욕장을 천천히 벗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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