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7시 11분, 세상이 깨어나기 직전의 하늘은 그 어떤 화가도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푸른색을 띱니다.

그 서늘한 허공 속에 왼쪽으로 가늘게 굽은 그믐달이 걸려 있습니다.

보름달이 세상의 모든 것을 비추는 '군림'의 달이라면, 그믐달은 조용히 자리를 비워주는 '양보'의 달입니다. 오른쪽에서부터 서서히 차올랐던 달은 이제 왼쪽 끝에 가느다란 흔적만을 남긴 채 소멸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이 소멸은 끝이 아닙니다. 자신을 완전히 비워내야만 다시 초승달로 태어날 수 있는 자연의 거대한 순환입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저 가녀린 빛은 마치 "비우는 것이 곧 채우는 것"이라고 속삭이는 듯합니다. 우리도 가끔은 저 그믐달처럼, 움켜쥐었던 마음들을 조금씩 깎아내며 가벼워져야 할 때가 있습니다. 가장 작아진 순간, 비로소 우리는 가장 넓은 새벽하늘을 가슴에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저 푸른 새벽달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덜어냄의 평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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