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좋은글 이야기

그믐, 가장 겸손한 시간

Chipmunk1 2026. 1. 12. 07:39

​새벽 7시 11분, 세상이 깨어나기 직전의 하늘은 그 어떤 화가도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푸른색을 띱니다.

그 서늘한 허공 속에 왼쪽으로 가늘게 굽은 그믐달이 걸려 있습니다.

​보름달이 세상의 모든 것을 비추는 '군림'의 달이라면, 그믐달은 조용히 자리를 비워주는 '양보'의 달입니다. 오른쪽에서부터 서서히 차올랐던 달은 이제 왼쪽 끝에 가느다란 흔적만을 남긴 채 소멸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이 소멸은 끝이 아닙니다. 자신을 완전히 비워내야만 다시 초승달로 태어날 수 있는 자연의 거대한 순환입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저 가녀린 빛은 마치 "비우는 것이 곧 채우는 것"이라고 속삭이는 듯합니다. 우리도 가끔은 저 그믐달처럼, 움켜쥐었던 마음들을 조금씩 깎아내며 가벼워져야 할 때가 있습니다. 가장 작아진 순간, 비로소 우리는 가장 넓은 새벽하늘을 가슴에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저 푸른 새벽달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덜어냄의 평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