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빛 비늘을 세운 채
검은 숲의 그물에 걸려 있다

푸른 공기에 몸을 씻으며
조금씩 투명해지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벽의 깊이 속으로 침잠하는 것

날카로운 가지가
가슴을 가로질러 흉터를 내어도
하현의 달은 아프다 말하지 않고
오히려 그 틈으로
밤새 품었던 빛을 아낌없이 흘려보낸다

몰락은 이토록 고요하여
잠 깨지 않은 세상을 깨우는
가장 낮은 목소리가 된다

그리고,
나는 서서히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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