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23.

경기도의 1호 지방정원이자 여름이면 백련과 홍련, 그리고 늦은 가을 까지도 빅토리아 수련과 가시 수련을 비롯한 각종 수련들의 성지라 할만한 세미원의 봄은 어쩐지 밋밋해 보일뿐만 아니라, 관람객 보다 세미원을 단장하는 인력들이 더 많고, 각종 장비들과 다리 위를 지나는 자동차의 소음이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와 불협화음을 내고, 연뿌리와 연잎이 제거된 텅 빈 연못은, 연꽃이 만개하면 볼 수 없는 데칼코마니가 그런대로 위안을 줍니다.
다만, 전라북도 특별자치도의 제1호 지방정원인 정읍의 구절초 지방정원이 축제기간 열흘 남짓한 기간을 제외하고는, 방문객들이 무료입장할 수 있도록 한 조치는, 혹시 이 글을 세미원 관계자가 읽게 된다면, 경기도의 제1호 지방정원인 세미원도 구절초 지방정원을 벤치마킹해 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 권해봅니다.
누군가가 세미원의 입장료가 오천 원에서 이천 원 인상되어 칠천 원으로 40%나 인상되었다고, 당황스러워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65세 이상과 장애인은 1인 동반 포함 무료입장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인상된 입장료 역시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돌려받아 식당이나 카페등에서 사용이 가능하니, 이는 전북의 강천산 군립공원을 비롯해서 구절초지방정원과 충남 서천 장항의 기벌포전망대 스카이워크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천 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입장료에 포함하여 판매하고 있으니, 세미원의 입장료에 포함된 지역사랑상품권은 세미원의 입장료가 인상되었다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부분도 있지만, 지역의 경제활성화에 십시일반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감안한다면, 기꺼이 지역사랑상품권 구입에 동참하자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아직은 65세 이상 무료입장 혹은 일부 입장료가 할인되는 옥정호 붕어섬 생태공원 등 대부분 공원들과는 달리 70세 이상부터 무료입장을 시행하고 있는 전북 순창의 용궐산 하늘길 같은 곳도 있으며, 앞으로는 70세 이상 혹은 75세 이상으로 점차 무료 혹은 할인 대상이 축소되지 않을까 싶기에, 65세를 지났거나 65세를 바라보는 장년들은 장수시대의 새로운 사회 흐름에 미리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등 굽은 소나무가 덩그마니 서있는 세한정의 풍경은 사시사철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에 얽힌 사연이 가슴 뭉클하게 하고, 예나 지금이나 정의로운 인연은 세월이 갈수록 더욱더 빛을 발하고 아름답지만, 불의한 악연은 결국에는 파국을 맞고 역사에서 잊힌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합니다.

효성이 지극하기로 유명한 정조대왕이 양주에 있던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부로 옮겨, 현릉원(顯陵園)이라 칭하고, 다산 정약용 선생등으로 하여금 주교사(舟橋司)라는 관청을 설립토록 하여, 부친의 묘소를 가기 위해 건너는 한강에 배다리를 건설하고 관리하게 하였는데, 이는 세계의 배다리 역사상 설치규모의 웅장함과 화려함, 교량의 설치 기법에 있어서 단연 최고로 꼽히기에, 정조대왕의 효심과 다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함인지는 몰라도, 2012년 7월, 세미원에 배다리를 복원 공사를 시작한 지 9개월 여만에 두물머리 나루터 입구와 연결하는 배다리를 완성하였는데, 당시에는 삐그덕 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치 배를 탄듯한 느낌으로 다리를 건너는 묘미는 있었지만, 2016년의 세월호 사건등과 같은 안전사고를 우려해서, 지자체의 숙고 끝에 2021년 12월에 통행을 전면 금지하고, 3년여의 보수공사 기간을 거치면서 목재가 아닌, 섬유강화 플라스틱인 FRP(Fiber-reinforced plastic)를 소재로 배를 특별 제작하여 2024년 4월에 시범 개통한 이래로, 한 달 뒤 정식 재개통하여, 지금은 전혀 요동도 삐그덕 거리는 소리도 나지 않는 튼튼한 배다리로 거듭났습니다.
이제는 배다리 위를 걷는다는 느낌은 많이 반감되어 예스러움은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다리의 모습은 그대로 살리면서, 연꽃 철이면 구름같이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안전사고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던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철저하게 관리하려는 지자체의 노고와 믿음직한 행정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비록, 연못이 썰렁한 세미원의 봄은 뭔가 허전해 보이기도 하지만, 세미원 중앙의 온실 속 신비로운 장미매발톱이 봄을 반기고,

장미매발톱과 이웃한 다알리아가 특유의 고운 자태로 허전한 세미원의 봄을 위로합니다.

여름이면 수련이 예쁘게 피는 세미원 입구의 한반도 모형 연못 앞 개울의 돌다리 산책로변의 고운 철쭉이 연꽃을 준비 중인 세미원의 봄을 화사하게 수놓으며, 수줍게 또 오라고 손짓하는 따스한 인사를 받으며, 세미원에 봄을 그대로 남겨두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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