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23.

세미원에서 배다리를 건너면 상춘원(常春園)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2004년 양평의 연꽃단지로 조성된 세미원의 부속시설로 2005년에 개원한 석창원이 2013년에 리뉴얼되어 오늘날의 상춘원으로 거듭났습니다.
본래, 상춘원은 지금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숭인동 72에 있었던 갑신정변과 갑오개혁의 주체였던 조선말기의 문신이며 친일파로 분류되는 박영효의 별장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후일 동학농민운동을 주도하고 삼일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필두였던 손병희 선생이 말년을 보낸 곳으로, 안타깝게도 현재는 모두 철거되어 흔적조차 없다 합니다.
혹여, 종로의 상춘원이 철거되어 세미원으로 옮겨왔나 생각도 해봤지만, 세미원의 상춘원에는, 종로에 있었던 상춘원과는 이름만 같을 뿐,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를 본뜬 조형물과 고려판 이동식 정자인 사륜정, 궁중온실인 창순루, 그리고 조선시대의 과학영농온실 등이 재현되어 있으니, 종로의 상춘원을 옮겨왔다고 할만한 개연적으로 의미 있는 어떤 연결고리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상춘원에 들어서면, 오른쪽 한산한 모퉁이에 자주색 꽃이 수줍게 군락을 이루고 있어 관람객들이 자란의 존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자란의 군락지 앞에 머무르는 이가 다행히 보이지 않아, 나그네가 독차지하여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끔 화분에서나 한 두 촉 볼 수 있었던, 점차 개체수가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자란(紫蘭)이 풍성하게 특유의 자주색 꽃을 만개하여, 빈 연못이 자못 쓸쓸해 보이던 세미원을 터벅터벅 지나쳐오며 조금 아쉬웠던 나그네의 가슴에 백만 배 이상의 기쁨과 행복을 충분히 보상해 줍니다.
그리고,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연못가의 붓꽃과 노란 장미와 모란, 그리고 금사매가 상춘원을 아름답게 꾸며줍니다.
기회가 된다면, 자란이 다 지기 전에 한번 더 상춘원에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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