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새연교/새섬의 겨울밤 풍경

Chipmunk1 2024. 12. 20. 08:08

2024. 12. 15.

새연교 위에서 서귀포를 바라보며, 강풍에 몸이 날아갈 듯 두 다리에 잔뜩 힘을 주고 버티고 서있는 나그네의 모습에서, 마치 작금의 풍전등화 같은 세상을 보는 듯하여 한층 더 춥고 쓸쓸하기만 합니다.

겨울의 새연교는 힘이 없어 날고 싶어도 날지 못하고 추락해 거의 숨만 붙어있는 커다란 새와 같이 눈만 껌뻑이다가 입만 열면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천하에 몹쓸 사악한 인간말종의 모습처럼 처량해 보입니다.

겨울밤의 새연교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채로 아무런 반성도 없이 아직 까지 제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고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고 믿고 싶은 사악한 모지리가 되지도 않는 온갖 권모술수를 부려대는 꼬락서니가 보기 싫어 차라리 두 눈만 깜빡이고 있습니다.

새섬 가장 높은 곳에서 새연교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작금의 세상을 모두가 훤히 내려다보고 있건만, 아직도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 좀비 같이 사악한 모지리 존재들을 한데 모아놓고, 우리 모두가 갈구하는 바와 같은 새연교의 평화스러운 밤 풍경을 단체 관람시키고 싶습니다.

오래된 거목들이 새연교의 쓸쓸한 겨울밤을 변함없이 듬직하게 지켜주고 있듯이, 이 땅의 백성들 또한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그것을 반드시 지켜내고야 말 것이라고 새연교가 속삭여 주는 겨울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풍마저도 상큼한 새연교의 겨울밤이 시나브로 깊어만 갑니다.

아뿔싸!
차를 타려다가 한동안 동고동락, 나그네의 겨울을 함께 해주던 장갑 한 짝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 다시 한번 새연교를 건너 새섬 둘레길을 다시 한번 휴대폰 플래시를 비춰가면서 찬찬히 걸어봤지만, 끝내 찾지를 못하고,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힘든 시간들을 피해 가려고 액땜을 했구나 자위하면서 제주에서의 첫날밤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