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6./2024. 12. 04.
백암산 백양사지구에는 암자가 여럿 있는데, 가까이에는 천진암이 있고, 비교적 먼 백학봉 아래 약사암이라는 암자가 고즈넉이 백양사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가끔 올라가는 약사암을 볼 때마다 어찌 이리 높은 바위틈에 불사를 지어놨는지 경이로울 뿐만 아니라,
약사암을 오르는 길은 어찌나 아기자기 한지 모릅니다.
특히, '생각하며 걷는 오르막 길'이란 푯말에 '약사암 빨리 가면 30분, 천천히 가면 10분'이란 글귀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욕심껏 빨리 올라가려 해도 경사가 너무 심하기에 중간에 몇 번을 길게 쉬면서 숨을 고르지 않으면 약사암까지 가기가 쉽지가 않지만, 천천히 올라가면 중간에 오래 쉬지 않아도 그리 힘들지 않게 약사암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뭔가 성과를 내기 위해 대충 조급하게 서두르다 일을 그르치는 경우에 대한 경계와 다소 시간은 걸릴지라도 꼼꼼하게 천천히 일을 진행하는 경우를 경험도 하고 실제 종종 보게도 됩니다.
온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한 비상계엄을 선포해 여섯 시간 만에 자멸의 빠른 길로 가는 특급열차를 탄 얼토당토 하지 않은 일이 전자에 해당할 것이고, 계엄해제를 위해 190명의 의인들이 총부리 앞에서 목숨을 걸고 담을 넘어 다소 답답했지만 적법한 절차를 지키면서 잘 마무리한 경우가 후자에 해당할 것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귀에 실을 묶어서 바느질을 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만사 순리대로 살아간다면, 갈등과 반목과 다툼이 없는 화평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이제야 겨우 제대로 된 숨을 쉬면서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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