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영월 동강변의 붉은메밀꽃밭

Chipmunk1 2024. 10. 13. 00:07

2024. 10. 08.

세월이 흐르는 강물처럼 쉼 없이 흐르고, 엊그제 왔었나 싶을 정도로 영월의 동강변 붉은메밀꽃밭은 변함이 없습니다.

작년 10월 4일이면 1년이 훌쩍 넘었건만, 메밀꽃의 개화 상태며 동강의 수량과 하늘과 구름조차도 작년 그때와 크게 다름이 없으니, 눈 깜짝할 사이 나그네만 속절없이 한 살 더 먹었나 봅니다.

홍메밀꽃이라 불렀는데, 영월 동강은 붉은 메일꽃 축제가 열흘 전에  열렸고, 닷새 후면 축제가 끝나는가 봅니다.

메밀꽃밭을 찬찬히 걷다 보면, 메밀꽃이 분홍색 다홍색 심지어는 빨간색까지 다양한 붉은색이 한데 어우러져 있기에 홍메밀꽃이라기보다는 붉은메밀꽃이 더 어울리지 싶습니다.

물론, 흰메밀꽃이 붉은메일꽃 축제에 초대되어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밀조밀 붙어있는 메밀들이 꽃을 피우기 전에는 알 수 없지만, 꽃을 피우니 확연하게 붉은메밀꽃과 흰메밀꽃이 구분이 가듯이 아직 누군가가 세상에 나서지 못하는 까닭은 인간으로서의 개화가 덜 되어 속세의 중생들에게 메밀꽃처럼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없기 때문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바세계는 오늘도 전쟁의 위협과 멈추지 못하는 탐욕으로 질주하는, 개화는커녕 꽃망울도 맺지 못한 함량미달의 위정자에 의해 중생들은 도탄에 빠져 희망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기에, 비록 잠시나마 나그네에게 행복과 기쁨을 안겨주는 메밀꽃이 차라리 위대해 보입니다.

가을하늘을 향해 가냘픈 몸짓으로 동강에서 불어오는 불규칙한 강바람에 몸을 맡기며, 하늘하늘 춤을 추는 듯한 홍메밀꽃처럼 하늘의 뜻에 따라 자연에 순응하고, 누군가에게 삶의 희망을 주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삶의 교훈을 한가득 담아갑니다.

붉은메밀꽃 축제장에 도착하자마자, 금강산도 식후경인지, 시장이  반찬인지는 몰라도, 마파람에 개눈 감추듯 뚝딱 먹어버린 붉은메밀꽃이 맺은 메일로 만든 부드럽고 따스한 메밀국수 한 그릇과 김치메밀전병이 오래도록 미각에 각인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