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3. 13.
아직은 제대로 패지도 못한 청보리
파릇파릇 여린 새순이 봄볕을 받고
파란 하늘과 바다와 한껏 어우러져
가파도의 봄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전망대 지나 풍차 너머 마라도 까지
청보리순이 봄을 따라 날고 싶은 듯
해풍에 온몸을 맡기고 저항도 없이
이리저리 휘어지며 봄을 맞습니다
세찬 해풍을 막아 주려 우뚝 솟아난
노란 유채가 여린 청보리를 감싸고
청보리 패기 시작하는 사월이 오면
청보리 푸르름에 봄이 익어갑니다
청보리 푸르르게 패기 시작할 사월
왠지 모를 기대가 희망으로 커지고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역시나 하여도
언제나처럼 또 다른 희망을 품으며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잊고 살겠지요
망각이라는 지우개가 달려있는 삶
딱 죽어버리고 싶은 고통의 시간도
언제 그랬냐는 듯 쓴웃음 지으면서
세월이 아픈 기억을 옅게 만듭니다
아픈 기억도 추억으로 남겨놓으며
행복은 무지개를 좇는 소년이 아닌
현실 속의 나를 올바르게 자각하고
위를 바라보고 목표만을 좇기보단
가끔은 아래도 내려다보는 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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