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내린 눈이 탄천을 하얗게 덮어버리고,
철새들은 모가지를 길게 빼고서 춘설을 기다렸던지, 행복이 넘치는 날갯짓으로 탄천에 시나브로 봄기운을 불어넣습니다.
비가 내리고 눈이 내려도 꺾임 없이 당당한 병정 갯버들꽃들이 얼음이 코팅된 갑옷을 입고 쫓기는 패잔병 동장군과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고,
갯버들꽃 커플들은 투명한 보석을 주렁주렁 달고서 달콤한 사랑을 속삭입니다.
촘촘히 하얀 이불속에서, 하나둘 기지개를 켜는 어린 갯버들꽃들은 거역할 수 없는 봄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차가운 탄천의 맑은 물은 힘차게 갯버들 아래로 흘러가면서 봄이 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라 합니다.
조금 일찍 춘래불사춘을 소환한 듯도 싶지만,
경칩을 지나면서 반갑잖은 심술꾸러기 꽃샘추위가 불현듯 몰려오겠지요.
이번 폭설은 삼월의 꽃샘추위를 조금 순하게 만드는 백신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탄천의 설경을 옮겨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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