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정선 만항재 큰까치수염 꽃

Chipmunk1 2023. 7. 27. 02:37

2023. 07. 20.

멀리서 보면 휘어진 동물의 꼬리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익은 곡식이 매달려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는, 까치수염 꽃보다는 꽃차례(서화)가 크고, 잎이 크며 잔털이 없는 큰까치수염은 큰까치수영이라고도 불리는데, 정확하게 이름의 유래가 정설로 알려진 바는 없지만, 꽃차례가 까치의 날갯죽지에 있는 흰 무늬 깃털 같아 보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 속설이 가장 우세해 보이기는 하지만, 까치라는 부분은 그렇다 해도 수염이라고 하는 부분은 하얗고 작은 꽃이 마치 흰 수염 같다고 하여 이를 합성해서, 꽃차례나 잎이 까치수염 보다 클 뿐만 아니라 잔털이 없기에 큰까치수염이라 부르게 된 것은 아닌지 나름 정리해 봅니다.

물론, 멀리서 보면 꽃차례가 잘 익은 곡식의 이삭으로 보이는 수영이라는 식물을 닮았지만, 실제로는 수영이 아닌 가짜수영이란 의미로 (까치가 가짜라는 뜻으로 곧잘 쓰이기에) 까치수영이라고도 부른다는 속설도 있고, 혹은 어느 식물학자가 까치수염을 까치수영으로 잘못 옮겨 적었다는 속설도 있으니, 생김새처럼 참 복잡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름의 유래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영어권에서는 거위의 목을 닮았다 하고, 중화권에서는 범의 꼬리를 닮았다고 하지만, 우리는 개의 꼬리를 닮았다 하여 개꼬리풀 이라고도 불리고 있으니, 캐면 캘수록 오리무중이 되는 독특한 꽃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만, 향만큼은 뛰어나서 만항재에 살고 있는 온갖 날개 달린 곤충들이 모두 큰까치수염에 모여 있는 듯 카메라에 날아와 앉는 잠자리는 예사고, 각종 나비들도 무언가에 홀린 듯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고 큰까지수염 꽃에 들러붙어 꼼짝을 않는 기이한 광경을 보노 있노라니, 식물이나 사람이나 독특한 향기나 인품이 곤충들을 유인하고 또한 사람들을 주변에 모이게 하는 매력 포인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꿀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잠자리와 배추흰나비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의 표범나비들도,

심지어는 민감하기가 그지없는 산제비나비들조차도 큰까치수염 꽃에 들러붙어 떠날 줄을 모르니, 향기뿐만 아니라, 곤충들을 중독에 빠지게 하는 치명적인 매력 같은 그 무언가가 분명 큰까치수염에게 있어 보입니다.

여하튼 우리나라의 지질학적  특성상 까치수염보다는 큰까치수염을 더 흔하게 볼 수 있다 하니, 양지바른 숲에서 휘어진 하얀 꽃차례가 마치 범이든 개든 동물의 꼬리처럼 보이거나 잘 익은 곡식의 이삭처럼 보이고, 가까이 가면 온갖 곤충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면 바로 큰까치수염 꽃의 군락이라고 단정 지어도 좋을 듯싶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평지보다 기온이 십도 가까이 낮은 고지대인 만항재에서 큰까지수염 꽃과 벌과 나비와 잠자리 까지도 한데 뒤섞인 숲 속의 시원한 여름에 열린 그들만의 축제에 초대받은 나그네는 마냥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