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8

이호테우해변의 겨울풍경과 잊혀지지 않는 추억

2024. 12. 19.제주도의 해수욕장 중 제주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제주시 이호일동에 위치한 이호테우해수욕장은 붉은 조랑말과 흰색의 조랑말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색감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이국적인 풍경에 푹 빠지게 합니다.거기에 더해, 해수면이 가장 낮아지는 썰물(간조)에는 끝없이 펼쳐지는 넓은 백사장과 함께 원담의 모습도 볼 수도 있습니다.원담은 밀물(만조)과 썰물(간조)의 차이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제주도의 전통 고기잡이 방식 중 하나인데, 이호테우해변에 이를 그대로 복원시켜 놓은 이호 모살원이 있습니다. 그래서, 원담에서 고기잡이 수단으로 요긴했던, 제주도에만 있는 원시적인 고깃배의 일종인 테우가 있었기에, 이곳 이호해변을 이호테우해변이라 불리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원래 테우는 한라산의 구상나무를..

제주도 이야기 2025.01.06

봄비 내리는 한라산 1100고지 탐방로에도 봄이 왔네요

2023. 03. 21.지난겨울 폭설로 통제됐었던 그 길이 통제는 풀리고 눈대신 비가 내립니다 백록담이 선명하게 보이는 맑은 날은 아닐지라도 봄비가 상큼하게 내리고 햇볕 없이 따스한 봄기운이 스멀스멀 온몸을 휘감는 이른 아침의 천백고지 탐방로 데크길이 봄비에 젖어 있네요노루가 뛰어놀던 탐방로 내 습지에는 누런 풀 사이사이에 초록풀이 자라고 봄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산딸나무 가지에서 새순이 살포시 일어납니다봄비에 흠뻑 젖은 새싹들이 빗방울을 욕심껏 품에 안고 초록색 잎을 만들어 가면서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천백고지도 봄비에 어쩔 줄 몰라 봄을 맞이합니다.

제주도 이야기 2023.04.01

폭설 속에 갇혀버린 한라산 1100고지의 설경을 대하는 나의 단상(斷想)

2023. 01. 06. 지난 연말 연초 사이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하루가 멀다 않고 내려 쌓인 눈이 어디라 특정 지을 수 없을 만큼, 한라산 전역은 알프스의 두꺼운 빙하계곡을 연상시키는 눈과 얼음의 제국으로 변신해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체 없이 이루어진 지자체의 제설작업 덕분에 516로와 1100 도로등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최적의 거리로 일직선에 가깝게 연결하고 있는, 한라산의 고지대를 지나는 도로도 비교적 원활하게 잘 정비되어 설경 삼매경에 빠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제설차가 도로 양쪽 끝 부분에 밀어놓은 눈 둔턱을 넘어 눈 부시게 하얀 숲 속에 서서 아름다운 설경을 조용히 감상할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이 전혀 남아있지 않음을 안타까워하며, 제주시에서 서귀포를 향해 1100도..

제주도 이야기 2023.01.15

메마른 단풍잎에 쌓인 눈을 바라보는, 폭설과 한파속의 동짓날 새벽 나의 斷想

조금씩 조금씩 내려 쌓이는 눈을 넋을 놓고 하염없이 바라보자니 너무 빨리 떠나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서히 탈색되어 가는 단풍잎 위에 소복히 쌓여가는 순백의 눈처럼 아련한 그리움 속에서 스멀스멀 또렷해지는 추억으로 되살아나 홀로 남은 애잔함에 쓴 웃음만 짓게합니다 차마 떨쳐내지 못한 애련(哀憐)이 메마른 단풍잎 위에 그대로 남아있듯이, 내 마음도 어느덧 바짝 말라가는 단풍잎이 되어 앞이 잘 보이지않는 건조한 삶의 늪 속에서 탈출구를 찾지못해 쭈빗쭈빗 대다가 안타까운 지난 시간들의 애련(哀憐)이 상심(傷心)의 강을 건너게 합니다 하얀눈이 밤새 내려와 메마른 단풍잎 위에 한가득 쌓여도 단풍잎이 촉촉하게 젖기는 커녕, 얼다 녹다를 반복하다 살을 애는 삭풍이 불어오는 어느 날 힘없이 땅에 떨어져 밟히다 묻혀버리..

겨울 이야기 2022.12.22

💐겨울꽃이 참 예쁘다💐

지난 며칠간 폭설과 한파로 몸살을 앓고 세상은 온갖 이슈들로 조용할 날이없다. 서로 충돌하고 헐뜯는 갈등(葛藤) 속에서 그나마 평행선이 빠르게 점점 더 벌어진다. 내 생각과 다른 의견엔 절대 귀 기울이지 않고 내 입장만 내세우는 불통(不通)의 섬에 갇혀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은 시기가 도래하면 제 할 도리를 다 한다. 꽃은 더 예쁘게 피려고 애 쓰는 일도없다. 꽃은 누가봐도 한결같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가끔씩 꽃이 이쁘지 않게 보이는 것은 보는 이의 간사해진 변덕 때문일 게다.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삶이 무엇인지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는 의연한 삶이 무엇인지 비로소 꽃에게서 배운다. 그래서 꽃과 대화하는 시간이 되면 세속의 탐욕도 근심도 멀리 떨쳐버리고 가벼워진 영혼으로 평안을 얻는가 보다...

꽃 이야기 2022.12.20

제주도의 폭설이 트라우마가 된 지난 기억을 소환한 기시감(旣視感, Déjà Vu 데자뷔)같은 현상을 온몸으로 느낀 주말을 보낸 나의 단상

처음 겪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겪었었던 일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것을 기시감 혹은 흔히 데쟈뷰 현상이라고 하는데, 지난 주말 제주 공항이 폭설과 강풍으로 거의 전 노선이 결항 되어 관광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고, 숙소를 구하느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는 뉴스가 시간마다 들려오면서, 지금으로 부터 정확히 6년 11개월 전 쯤, 그러니까 2016년 1월 23일이 소환되어,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않은 추억이 슬그머니 되살아났다. 이른 아침부터 강풍이 불고 폭설이 내리는 고내포구를 출발해서 광령1리 사무소 까지 가는 (역)올레길 16코스에는 평소와 달리 지나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강풍이 부는 반대 방향으로 얼굴을 돌리고,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해안길을 지나 아이젠도 없이 산길을 지나고 있었는데, 어찌..

나의 이야기 2022.12.19

대설(大雪)이 지나자 마자 폭설과 한파에 익숙해지는 금요일 아침 나의 단상

늦어지는 첫눈 소식에 목이 길게 빠져있었는데, 요 며칠새 금년 겨울들어 제일 눈이 많이 내린 날들이었지싶습니다. 무슨 좋은 일이 많으려고 그러는건지, 금년 겨울은 생각지도 못했던 눈이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상은 좋은 일보다 힘든일들이 우후죽순처럼 연속해서 주변과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직도 푸틴이 저지른 기막힌 전쟁으로 선량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신음하고 있고, 지구촌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화산 폭발로 많은 희생이 지속되고 있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은 하루가 멀다하고 불치병 보다도 더 고약스러운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2014년 소중한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를 겪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인재로 가늠되는 재해가 이어지더니, 급기야는 지난 10월 29일 꽃다운..

겨울 이야기 2022.12.16

혹한기(酷寒期)의 빨간 장미

갑작스럽게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지난 밤의 그녀가 걱정돼서 일찌감치 완전무장을 하고 나만이 알고 있는 그녀의 집을 찾았다. 간헐적이였지만, 집중적으로 폭설이 내린 어제 오전과 오후의 바깥세상은 설국이 되어, 황사의 공격으로 농도가 짙어진 미세먼지를 무색케했다. 갑작스런 한파로 눈은 그대로 얼어 붙어있고, 겨우 눈을 털어낸 그녀가 흰눈 틈바구니속에서 한층 붉은 정열의 빛을 발한다. 추워도 춥다 움크리지않는 의연한 그녀가 체감온도 영하20도를 넘나드는 혹한속에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꼿꼿하게 추스리며 나약한 나에게 사철 변함없이 피어나 건강미 넘치는 희망과 사랑으로 이쁨을 선물한다. 한겨울에도 해를 바라보며 언제나 처럼 파란하늘과 눈맞춤하는 그녀가 너무나 매혹적인, 혹한기가 혹한기 같아 보이지않게 ..

꽃 이야기 2022.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