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향 14

백양사 봄의 절정 스케치

2025. 04. 16.이른 아침 영하의 꽃샘추위 속에서도 만개한 고불매를 만나러 왔던 4월 3일의 백양사에는 수양매화도 만개했고, 서향이 반쯤 만개한 채 짙은 향기를 내뿜었고, 벚꽃이 활짝 피고, 산앵도나무에 꽃이 막 피기 시작했던 4월 11일의 백양사는 서향이 절정의 미모를 뽐냈고, 잔인한 4월의 차가운 봄비와 눈과 진눈깨비를 사흘간 맞으면서도 만개한 야리야리 산앵도나무 꽃은 무거운 빗방울을 온몸으로 견뎌내면서 4월 14일을 맞았었지요.그리고, 백양사의 봄이 시나브로 절정에 다달을 즈음, 8末9初 약수천변에 백양꽃이 피기 전, 이 봄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네 번째 발걸음을 합니다.오랜만에 맑게 개인 파란 봄 하늘이 백학봉을 약수천에 비추고, 쌍계루도 잔잔한 약수천에 백학봉과 반영되니, 청운당 앞 ..

봄 이야기 2025.04.25

서향(천리향)의 짙어진 향기 속에 속절없이 깊어만 가는 천년 고찰 백양사의 고운 봄

2025. 04. 11.일주일 전만 해도 봄을 데려온 고불매를 위시하여, 수양매화가 호령을 하던 백양사는 날마다 새로운 변신을 거듭하니, 간간이 찾아오는 꽃샘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봄이 절정을 향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반복하며 4월 봄은 중순으로 이어집니다.쌍계루를 내려다보는 백학봉 산등성이에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백한 산벚꽃등이 쌍계루를 환하게 비춰주고, 농도 짙은 미세먼지의 창궐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날로 푸르름을 더해갑니다.일주일 전만 해도, 절반 정도 피었던 백양사 사천왕문을 들어서서 왼편으로 도열해 있는 서향은 짙은 향기에 더할 나위 없이 만개하여 봄을 만끽하도록 나그네에게 특별히 허락합니다.매화가 오기 전부터 겨우내 잔뜩 부풀어있던 꽃망울을 얌전하게 간직해 온 서향이 매화와 함께 개화를 시..

봄 이야기 2025.04.20

내장사 대웅전, 봄날의 서향

2025. 04. 04.오전 내내 내장산 우화정 앞에서 봄을 기다리다, 역사적인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진정한 봄을 확인하고,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내장산 계곡 산책길을 한 바퀴 돌아서, 49개월 전 방화로 전소되었던 내장사 대웅전의 재건 상황이 궁금하여, 일주문과 단풍터널을 지나 정혜루 앞에 서니, 드디어 가림막 너머 기와를 올릴 뽀얀 나무지붕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목재를 다듬는 전기톱의 굉음과 톱에 잘리는 목재에서 휘날리는 톱밥가루가 관음전을 비롯한 경내의 모든 법당의 문을 닫게 하고, 인적도 끊긴 채로, 한 달 앞으로 다가 온 석가탄신일에는 대웅전의 윤곽을 어느 정도 나타내고 싶은 심산인지, 분진 마스크를 한 인부들의 손발이 바쁘게 움직이며 막바지 뼈대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

여행 이야기 2025.04.12

서향 향기 짙은 백양사의 봄

2025. 04. 03.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온실이 아닌 노지에서 향기가 천리를 간다 하여 천리향이라 불리기도 하는, 뭍에서는 꽤나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군락이 있는 장성 백양사의 서향 한그루가 청운당 앞 연못가에 덩그마니 서서 겨우내 빨간 열매가 맺혀있던 청운당 끄트머리 호랑가시나무 너머 신비롭게 만개한 고불매를 바라보며, 붉은빛 하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합니다.그리고, 나그네의 짧은 지식으로, 육지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자생 군락지로 알고 있는 사천왕문과 범종각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서향의 향기가 고불매의 은은한 향기를 지우고, 살랑이는 봄바람에 실려 백양사 경내를 찾은 뭇사람들의 코끝을 짙은 향기로 사로잡습니다.바위틈에 한 그루씩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는 제주도 남원의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의 그것 과는 ..

여행 이야기 2025.04.10

휴애리자연생활공원에서 서향(瑞香)의 향기에 취하다

2025. 03. 17.서향(瑞香)의 학명은 Daphne라는 속명과 Odora라는 종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바, 속명인 Daphne는 그리스의 여신 이름에서 비롯되었으며, 종명인 odora는 이탈리아어로 '향기가 난다'는 뜻인데, 향기가 매우 강해 천리를 간다 하여 천리향이라 부르기도 합니다.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에서는 월동이 가능해서 정원수로 한몫을 단단히 하지만, 중부 이북지역에서는 온실이나 실내에서나 만나 볼 수 있는, 제주에서는 3월 그 이외 지역에서는 4월쯤 개화하는 봄꽃 중에서 으뜸가는 향기로운 봄꽃 중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서향을 처음 본 곳은 경기도 가평 축령산 자락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의 온실이었는데, 어찌나 커다랗게 잘 키웠는지, 여태껏 그렇게 큰 서향나무는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기..

제주도 이야기 2025.03.23

내장사의 봄은 관음전 앞뜰 서향으로부터 오나 보다

2025. 03. 09.열흘 전만 해도 눈이 가득 쌓여있던 내장사 천왕문과 정혜루 사이의 작은 연못 둘레길은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겨울의 흔적을 말끔히 지운 채로 봄을 맞습니다.가림막 안에서 크레인이 바삐 움직이고, 쇠망치 소리가 경내를 울리던 열흘 전과는 완전 다른 모습의 대웅전 공사 현장은 석가래와 통나무 기둥을 내리고 있는 대형트럭을 보고 있노라니, 내장사 경내에서도 살짝 봄이 느껴집니다.그러나, 진정한 내장사의 봄은 하얀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얼음 알갱이에 덮여있는, 곧 터뜨릴 것 같은 서향(천리향)의 붉은 꽃망울에 안착해 있습니다.머잖아 석가래가 올라갈 대웅전이 웅장하게 내장사 경내의 중심이 될 즈음 중생들은 서향의 향기에 취할 듯합니다.내장사를 나와 내장산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서 봄을..

여행 이야기 2025.03.11

내장사의 봄은 꿈틀꿈틀

2025. 02. 27.내장사의 봄이 꿈틀거리며, 관음전과 극락전을 내려다보는 서래봉이 겨우내 삭풍을 막아내니, 형제봉을 넘은 춘풍이 무혈입성하며, 경내 가득 봄기운을 채우기 시작합니다.방화로 소실된 지 삼 년여 만에 재건을 시작한 대웅전 공사는 겨우내 많은 진척이 있었는지, 키 큰 크레인이 가림막 안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나르고 있는 듯한 움직임에서 봄의 희망이 엿보이고, 코로나19 펜더믹 직전까지 겨울이면 주지스님이 손수 덕으셨다는 따스한 차 한잔에 구수한 군고구마 두어 개 껍질 벗겨 먹는 재미로 눈이 가득한 단풍터널길도 마다하지 않고 찾았던 정혜루는 인적이 끊긴 채 어느새 여섯 번째 봄을 맞습니다.관음전 앞뜰 서향(천리향)은 향기를 가득 모둠은 꽃망울을 잔뜩 부풀린 채로 봄을 기다립니다.뭍에서는 온실..

여행 이야기 2025.03.02

내장사의 만추와 서향(瑞香)

2024. 11. 21.단풍으로 붉게 물든 내장산 서래봉 아래 화마가 앗아간 대웅전의 신축 공사도 원만하게 진행 중인 듯싶은 만추의 내장사는 수수한 가을의 완숙미가 돋보입니다. 이른 봄부터 백일 가까이 향기가 진동하는 대웅전 공사 가림막 오른쪽 관음전 앞의 야트막한 서향나무에서 천리향(千里香)이라 불릴 정도로 향이 짙은 서향(瑞香) 꽃이 대웅전의 신축공사 진척상황이 궁금해서인지, 아니면 혼탁한 사바세계에 희망을 전해주려는 것인지 대여섯 송이 살포시 피어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왕문을 나와 부도전 앞에서 시작되어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내장사 가을의 상징과도 같은 단풍터널도 단풍잎이 떨어져 수북이 쌓이고, 얼마 남지 않은 단풍잎이 가을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내장사의 만추는 자못 절정에 도달해 있습..

여행 이야기 2024.11.30

금/은목서 꽃향기에 취하다

2024. 10. 18.가을이 온 흔적이 아직은 찾기 쉽잖은 백양사 청운당 앞 작은 연못에는 그나마 붉은인동덩굴도 밑동까지 잘려나갔고, 비단잉어들은 떼 지어 노니는데, 어디선가 기분 좋은 향기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그동안은 봄이면 서향 향기에 취하고, 서향이 떠나갈 즈음 붉은인동덩굴에서 꽃이 나와 향기를 나눠줬기에, 깊어가는 이 가을에 은목서와 금목서가 꽃을 피우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서향이 떠나고, 붉은인동덩굴이 떠나간 뒤에야 키 작은 금목서에 팔과 다리를 활짝 벌리고 있는 듯한 황금빛 작은 꽃이 몽글몽글 피어 나고, 그 향기가 정신을 혼미하게 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키 작은 금목서에 취해 있다가, 머리 위에서 날려오는 향기의 주인공은 하얀색의 은목서가 주인공인 것을 알았습니다. 문 하나..

여행 이야기 2024.10.23

서향의 향기에 취한 나비

2824. 04. 02.대웅전 자리의 큰법당을 잠시 둘러보고 내장사 경내 오른쪽 끄트머리 관음전 앞 서향나무에서 풍겨 나는 꽃향기를 따라 하릴없이 관음전으로 발걸음 옮깁니다 큰멋쟁이나비 작은멋쟁이나비 그리고 붉은제독나비까지 줄 서서 서향에 앉아 꿀을 따면서 날개에 향기를 가득 묻히고 날갯짓하여 내장사를 향기롭게 합니다온실에서만 보던 서향을 백양사에 이어 내장사 경내서도 보는 횡재를 하게 되니 이봄에는 뭔가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은근히 기다려지는 내장사의 봄입니다

봄 이야기 2024.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