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꽃 3

담양 소쇄원(瀟灑園)에서 봄과 조우(遭遇)하다

2025. 03. 02.경칩을 사흘 앞둔 삼일절 연휴 이튿날, 연휴 내내 비소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쇄원 주차장엔 자동차들이 빼곡했고, 광풍각 툇마루에 앉아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고 있지만, 나그네는 생명이 움트는 기운을 멀리 서는 알아채지도 못하고, 곧바로 광풍각으로 다가가지도 못하고, 계곡을 지나 소쇄원 뒷동산으로 사방팔방을 기웃거리며 천천히 올라갑니다.아직도 동백은 꽃망울만 만들고 있어 봄이 요원해 보이는 아담한 동백길을 지나 소쇄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동산 위에 서서 갈팡질팡하면서 봄을 찾으려 두 눈을 크게 뜨고, 봄을 찾으러 들렀던 전주(수목원), 정읍(내장산 내장사), 순창(강천산), 장성(백암산 백양사)의 겨울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스산해 보이던 모습과 별반 다름이 ..

제주도 이야기 2025.03.03

내장사 곁의 큰개별꽃

2024. 04. 02.정확히 표현하자면 내장사 경내 주변에 누가 봐주든 말든 당당하게 수술 일곱 개 여섯 장 일곱 장의 꽃잎에 붉은 사파이어 박혀있어 별꽃보다 화려하고 우아하다때가 되어 노란 수술이 검붉게 익어가면 은하수라는 꽃말에 걸맞게 작은 우주가 태양 같은 암술을 중심으로 수술이 돋고 필요한 만큼의 꽃잎을 자유롭게 열었다별꽃보다 못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지 줄기마다 한 송이씩 꽃이 피어 다섯 장인 개별꽃잎 보다 많아서 큰개별꽃이라고 이름 지어진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꽃잎에 박힌 붉은 사파이어와 수술들이 검붉게 익어가면 봄이 절정에 달하듯이 이 땅에도 기어코 절정의 봄이 오려나 봄이리보고 저리 봐도 촘촘하게 줄기마다 서너 송이 피어있는 앙증맞은 별꽃보다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별꽃 중의 별꽃인 큰..

꽃 이야기 2024.04.07

오산 물향기수목원에서 오다가 길을 잃은 봄을 찾다

기다리는 봄은 요원하고, 기다리지 않는 미세먼지 또다시 창궐하는 간절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은 물향기수목원의 적막은 답답한 가슴을 짓누르고 누리끼리 메타세쿼이아 초록빛 그 길이 그립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실 속에서 웃고 있는 쿠페아 히소피폴리아 홍화야래향(세스트럼)의 당당함이 그나마 작은 위로가 되어주는구나 그밖에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싶은 극락조화가 잠시 호젓한 맘을 잡고 사철 가리지 않고 활짝 웃어주는 제라늄의 타는듯한 붉은 몸짓이 봄을 애타게 기다리지 말라하네 일행들과 더불어 이른 점심을 마치고 홀로 터덜터덜 수목원에 다시 들어와 아침에 그냥 지나쳤던 온실 앞 덤불 속을 샅샅이 훑어보고 간절하게 들여다보니 노란 기운이 군데군데서 기지개를 켜고 낙엽에 덥여있던 여린 복수초 하나둘 세상밖으로 나오는 중..

봄 이야기 2023.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