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칼코마니 5

다산길 2코스 개머루터널의 가을

2024. 09. 19.여전히 이웃나라의 태풍 소식에 가을이 올까 말까 망설이는 아침 개머루터널 앞에는 폭염에 찌든 둥근잎 유홍초가 붉게 익어가고잎이 무성한 개머루덩굴이 터널을 만들고 끝을 모르고 타들어가는 가을 폭염 속에서 개머루 알갱이 익다 못해 말라비틀어졌다개머루 터널 건너편 데칼코마니가 아름다운 두물머리 강기슭에는 연잎과 수초가 쌓이고 데칼코마니가 생길 듯 말 듯 갈증을 일으킨다그러든가 말든가 일 년생 새팥 노란꽃이 오솔길을 에워싸고 팝콘 튀듯 치받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하제일 정화식물 고마리 꽃님들이 고운 눈 반짝이며 팔당댐물 정화하고노랑물봉선 고마리와 새팥 내려다보며 이제 오려나 저제 오려나 님 기다리듯 이름만 가을인 진심 가을을 기다린다.

여행 이야기 2024.09.26

장성 백암산 백양사에도 시나브로 봄이 오고 있습니다.

아직은 일교차가 심한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간절기지만, 백학봉 아래 호남불교의 요람 천년고찰 백암산 백양사에도 봄기운이 살랑살랑, 나그네의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에 시나브로 온기가 더해지고,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아침 햇살이 내리 비추니 갑자기 몰려오는 때 이른 춘곤증에 아무 데나 누워도 꿀잠이 올 듯합니다.일광정 앞에 약수천을 가둬놓은 작은 호수에 햇살이 가냘픈 윤슬을 만들고, 한 달 전만 해도 얼음으로 두텁게 덮여있던 가상자리에는 파릇파릇한 기운이 감돌아, 어느새 봄이 멀리 보이는 백학봉 까지 진격한 점령군이 되어 척후병을 미리 보내온 듯합니다.양떼구름이 살짝 머물고 있는 백학봉이 포근히 감싸 안은 쌍계루가 오늘은 완전체의 쌍둥이처럼 그림 같은 데칼코마니를 만들며, 얼어붙어있던 약수천 맑은..

봄 이야기 2024.03.01

봄날을 즐기며 걷다

겨울의 게으름을 씻어낼 겸 아침 일찍 시작된 트레킹이 점심시간 오침 시간을 빼고 저녁까지 이어졌다.중백로가 우아한 탄천에는천둥오리가 여유롭게 봄볓을 쬐고탄천과 하늘과 태양이 만드는 멋진 데칼코마니는 물론이고천변가 보일 듯 말 듯 피고 있는 꽃다지냉이꽃이 싱그럽고봄까치꽃이 돌이킬 수 없는 봄을 노래한다흰뺨검둥오리의 여유로움과 함께징검다리를 밟고 건너는 봄이 멋진 데칼코마니를 연출하는 탄천을 걷는 하루는 행복했다

봄 이야기 2023.03.17

봄을 앞둔 탄천의 아침풍경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더니 탄천은 시나브로 겨울을 지나 봄 맞을 준비에 여념 없습니다 탄천 속 태양의 데칼코마니가 하늘 속 태양보다 찬란한 것은 봄이 가까이에 온 증표겠지요 탄천 속에는 데칼코마니가 맑게 비치고 갈색 천변이 조금씩 초록빛으로 바뀌면 탄천은 온통 노랑꽃창포 세상 되겠지요 머지잖아 갯버들꽃이 활짝 피면 찔레꽃 꽃망울이 하나둘 맺히고 벚꽃도 목련도 개나리도 오겠죠 복숭아나무에 앉아 쉬는 귀요미 박새 복사 꽃망울이 톡톡 터지는 봄이 오면 작은 부리로 복사꽃잎을 음미하겠죠 겨우내 볼 수 없던 앙증맞은 논병아리 탄천을 가로질러 큰 물고기 잡아 물고 어쩔 줄 몰라하며 도리도리 몇 번 하다 겨울을 삼키려는 듯 거뜬히 삼킵니다 경쾌한 몸짓으로 자맥질에 푹 빠진 물닭도 한가로이 유영하는 흰뺨검둥오리도 봄..

봄 이야기 2023.02.10

탄천의 가을

각종 날 짐승들이 한가로이 가을을 즐기는 탄천에도 울긋불긋 나뭇잎이 하나둘 바람에 날리어 떨어지고, 심술궂은 짙은 구름이 가을 하늘을 가리지만, 어느새 구름 사이로 높아져만 가는 가을 하늘이 시리디 시린 쪽빛으로 탄천에 투영되어 멋진 데칼코마니를 한껏 연출하면서 가을이 시나브로 깊어만 간다. 제법 숲을 이룬 갈대와 수양버들도 계절을 역행하지 못하고 가을빛에 동참하고, 제법 울굿불굿 변색되는 벚나무잎이 봄의 벚꽃 못지않게 탄천변을 가을스럽게 꾸며주고, 쪽빛 하늘과 탈색된 벚나무잎이 탄천에 투영되어 나름 운치있는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힘겹게 겨우 매달려있는 벚나뭇잎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하나둘씩 떨어지고, 허전해진 가슴에 찬 기운이 느껴지기 전에 가을을 맘껏 즐길 수 있다면 세상 부러울게 없겠지만..

가을 이야기 2022.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