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6

산골살이 체험일지(16)

2024. 10. 03.아침부터 투둑투둑 가을비는 내려오고 빗속에서 둔탁하게 들려오는 소리따라 마당지나 대문옆의 작은밭에 들어서니 이따금씩 툭툭툭툭 떨어지는 큰밤송이 집개들고 하나둘씩 밤송이를 모아놓고 여기저기 나뒹구는 둥근알밤 집어든다잠깐사이 대두한되 족히되는 밤을얻고 축늘어진 감나무의 수고스럼 덜어주니 비를막고 밤송이를 막으려던 우산속에 밤과감을 대신담고 차가워진 가을비는 온몸으로 받으면서 비내리는 개천절에 하늘이준 선물받고 나그네는 미소짓네

나의 이야기 2024.10.10

산골살이 체험일지(13)

2024. 09. 06.오후 늦게나 내린다던 가을비가 외출하려던 발길을 묶어두고 사납게 내리고, 혹시나 대추가 떨어지지나 않을까 나가보니, 빗속에 대추가 싱그리운 초가을 아침입니다.대추를 해충으로 부터 지겨주는 위풍당당한 무당거미는 허공에 매달려 온전히 가을비에 온몸을 내 맡기며 여전히 대추의 수호신이 되어줍니다.조금씩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대추들이 가을비에 쌓였던 먼지를 말끔하게 씻어내고, 다음번 가을비에는 푸른빛 보다 붉은빛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의 이야기 2024.09.12

가을비가 오락가락하는 보목포구, 촉촉하게 젖은 등대길의 저녁풍경

2022. 11. 12. 겨울을 부르는 가을비가 사납게 밤새 내리고,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던 비가 주춤해진 다된 저녁에, 제주에 온 이래로 처음 비 때문에 종일 갇혀있던 답답함을 해소할겸 제일 가까운 바다를 찾아, 비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는 섶섬과 조금 멀리 보이는 서귀포항의 범섬과 중문 가는길의 문섬이 조금씩 시야에 들어오는 보목포구 등대길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강풍에 몸은 휘청이고 성난 파도가 등대길 위를 넘어올듯 바닷물 알갱이가 얼굴에 하나둘 부딪치고, 이따금씩 비가 한두방울 바람에 날리어 이마를 때립니다. 남동쪽 하늘은 복잡한 구름이 겹겹히 쌓여, 강풍에 등 떠밀린 파도와 노을에 물들어가는 하늘이 환상적인 앙상블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섶섬과 범섬 사이에 후광이 비치니, 범섬에 가려진 문섬위..

제주도 이야기 2022.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