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23

산딸나무 열매 익어가는 계절에 속절없이 비는 내리고

골고다(골고타 , Golgotha) 언덕의 산딸나무 아래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고 전해지기에,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성스러운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늦은 봄부터 십자가 모양의 꽃잎 네 개가 하얗게 피어나는 모습이 눈부시게 순결하고, 가을에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는 새들에게 인기 있는 식량이 됩니다. 새빨갛게 익어 땅에 떨어진 열매가 어쩌면 어리석은 인간의 죄를 대신한 예수의 숭고한 보혈이라고 기독교인들은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한여름에 순결한 십자가 모양의 꽃이 지고, 뜨거운 폭염 속에서 촘촘히 맺힌 열매가 서서히 익어가는 계절에 어울리게 가을비가 간헐적으로 촉촉이 내립니다. 무성한 초록빛 잎사귀 사이사이에서 붉게 익어가는 산딸나무 열매를 보는 나그네 마음은 어느덧 여름을 지나..

가을 이야기 2023.08.28

내장산 우화정의 새벽에 붙임

내장산 케이블카를 타러 가기 직전, 그리고 내장사로 진입하는 일주문을 통과하려면 반드시 지나야하는 고즈넉한 우화정이 탐방객의 거친숨을 잠시 고르게 합니다. 동이 트는 이른 새벽부터 온갖 산새들이 노래하고, 계곡을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가 심신을 정갈하게 해주니, 우화정을 감싸는 물안개를 헤치고 홀연히 신선이 나타날것만 같은 신비로움이 가득한 아침입니다. 우화정 지붕 끝에서 시작하는 해돋이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물안개가 쉼없이 이동하는 몽롱한 전경은 너무 특별하게 뇌리에 각인됩니다. 이른 새벽 부터 시작된 그림 같은 내장산 우화정이 시시각각으로 변신하는 신비스런 풍경은, 아마도 갑자기 기온이 내려간 탓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이리저리 자유분방하게 움직일 때 마다 어느새 여명을 지난 햇님이 동쪽 ..

가을 이야기 2022.12.13

모악산 금산사에서 가을이삭 줍기

2022. 11. 23. 가을의 기억이 유독 많은 김제 모악산 기슭의 금산사에 가을이 지나간 뒤, 가을의 흔적이라도 찾을 요량으로 아무런 기대도 없이, 이른 오후에 한적해진 천사백여년의 오랜 연륜을 지닌 산사를 향해 걸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그러나 기억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던, 매표소 왼쪽 산책로 입구의 단풍이 절정기의 환상적인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로 반겨주었다. 물론, 바싹 말라가는 낙엽을 밟을 때마다 사그락 거리는 소리에 바짝 귀를 기울이며, 하릴없이 가을은 가고 겨울이 왔음을 직감했다. 내 기억속의 금산사 가는 길은 일주문을 지나서 한참을 걸었었는데, 오늘 그 길은 서운하리 만큼 짧았다. 아마도 많이 그립던 금산사의 가을 흔적이 2% 정도 부족하다고 느꼈던 지나친 욕심 때문은 아니였나..

가을 이야기 2022.12.01

가을을 보내고 온 선유도 바다를 떠올리며 보내는 십일월 마지막날 아침 나의 단상(斷想)

천아숲길의 아름다운 단풍으로 시작했던 십일월의 가을을 고군산군도 선유도에 맡겨두고 완연한 겨울이 시작된 십일월 마지막날을 시원섭섭하게 보냅니다. 제주에서 시작한 십일월은 아쉬움없이 시원하게 보낼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단풍이 다 지기 전에 첫눈이 내렸던 예년과는 달리, 오늘 아침도 눈부신 태양이, 올들어 최저 기온임에도 불구하고, 거실 커튼을 닫게 하지만, 어제밤 내렸다는 다른 지역의 첫눈 소식에 작은 위안을 받습니다. 인적이 뜸해진 선유도해수욕장, 이제는 겨울을 반겨줘야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 가만히 서 있으면 차가운 바다바람에 온 몸이 금방 얼어버릴듯 하지만, 쉬지않고 천천히 걷다보니 콧잔등에 따스한 열기가 모아집니다. 건강하게 숨쉬고 살아 있는 한 쉼없이 움직여야한다는 이유를 조금은 알것만 같습..

가을 이야기 2022.11.30

모악산 금산사의 가을

2020. 10. 31. 오래 전 부터 설레이던 그리움을 살포시 가슴에 품고, 새벽 4시에 길을 나서 시월의 마지막 날 동이 트기 직전 정갈한 마음으로 모악산 금산사 일주문 앞에 섰다. 어느덧 여명이 걷히고 여유롭게 가을 아침이 밝아 오고, 따스한 아침 햇살이 산사로 가는길을 훤히 밝히니, 사방이 울긋불긋 가을의 본색을 제대로 들어낸다. 코로나19와 미세먼지를 잠시 잊고, 새벽 산사 계곡의 청아한 물소리가 깊어가는 가을, 시월의 마지막 날은 이른 아침 부터 시월과 가을을 환송하느라 분주해 보인다. 국보와 국가 보물을 유난히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는 천년 고찰 금산사의 가을은 속세의 어지러운 사정을 아는듯 모르는듯, 모진 세파를 감내하며 1400여년을 한결 같이 중생들의 찌들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고 달래며..

가을 이야기 2022.10.22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그리고 가을장미

2022. 10. 13.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늘 들르게 되는 내게는 부담없고 정겨운 곳입니다. 언제 가도 주차하기 편하고 수목원을 찾는 탐방객 수도 적당하고, 더군다나 주차료도 입장료도 무료 이기에 더더욱 부담이 없어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사철 푸른 대나무숲과 언제 부턴가 전국적으로 늘어나고있는 핑크뮬리와 한여름 부터 피기 시작한 수련이 높고 파란 하늘과 어울려 수목원의 가을을 풍성하게 꾸며줍니다. 사철 피어있는 장미가 이제는 어엿한 가을장미가 되어 호젓한 마음에 위안이 됩니다. 전국에 산재한 여느 수목원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수목원이 전주 시내에 있다는것 만으로도 전주 시민 들에게는 커다란 행운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주에 가거나 근처를 지날 때에는, 방앗간을 그냥 지..

가을 이야기 2022.10.21

장성 황룡강 가을꽃 잔치

2022. 10. 12. 코로나 펜더믹 이전 까지는 Yellow City 장성의 이미지를 살리는 의미로 "노랑꽃 축제"라 불렸었는데, 해바라기와 황화코스모스를 제외한 코스모스, 천일홍, 백일홍은 노랑꽃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니, 노랑꽃 축제를 가을꽃 축제라 바꿔 부르게 된것은 억지스럽지 않은 합리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매우 잘한 결정이지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국화와 맨드라미와 핑크뮬리가 예년과는 달리 축제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거듭나 가을의 풍미를 한층 짙게 만듭니다. 그리고, 황룡강 북쪽 강변은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중이니, 내년 가을 혹은 내년 봄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신해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도없이 펼쳐졌던 해바라기 군락이 자취를 감춘것은 못내 아쉬웠지만, 해마다 똑 ..

가을 이야기 2022.10.20

정읍 구절초지방정원의 구절초축제

2022. 10. 12. 코로나 펜더믹 이후 처음 찾은 전라북도 정읍시 산내면의 구절초지방정원은 불리는 이름도 부르는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으로 구절초가 빠지지는 않으니, 구절초 축제의 장인것만은 분명한듯 합니다. 벌과 나비가 구절초 동산 쉼터 앞에 무수히 날아와 유익한 약초인 구절초꽃의 꿀과 화분을 한껏 즐기는 벌과 나비의 잔치이기도 합니다. 구절초지방정원에는 축제의 주역이 구절초인지 아스타국화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3년전 보다 아스타국화의 군락이 몰라보게 넓어졌고, 구절초정원 산아래에는 백일홍과 코스모스가 탐방객들을 유혹 하고, 제철을 만난 갈대숲은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 한바퀴 돌아봅니다. 구절초꽃 주연에 다수 가을꽃들이 조연으로 출연중인 정읍 구절초지방공원의 구절초꽃 축제도 어느덧 막을 내..

가을 이야기 2022.10.18

백양사의 가을꽃

2022. 10. 13. 백양사 가는 길을 안내해주는 약수천변의 아기단풍이 아직은 푸른빛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2주 정도 지나면 울긋불긋 약수천 주변을 물들일 듯 합니다.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 백암산에 있는 백양사는 삼국시대 백제의 승려 여환이 창건한 사찰로, 스님의 불경소리에 백양들이 모여들어 백양사(白羊寺)라 개명하여 오늘날에 이르고있다합니다. 쌍계루와 약수천을 내려다보며 서있는 백양이 백양사 의 유래를 그대로 잘 이야기하고 있는듯 합니다. 백암산에 우뚝 솟은 백학봉은 약수천 작은 호수에도 멋지게 투영되고, 쌍계루앞 약수천에도 담겨있고, 심지어는 청운각 앞의 작은 연못에도 위엄있게 담겨 있어 붉은잉어와 황금잉어가 연못속의 백학봉을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습니다. 백학봉을 빼고는 백양사를 설명할수 ..

가을 이야기 2022.10.17

탄천의 가을

각종 날 짐승들이 한가로이 가을을 즐기는 탄천에도 울긋불긋 나뭇잎이 하나둘 바람에 날리어 떨어지고, 심술궂은 짙은 구름이 가을 하늘을 가리지만, 어느새 구름 사이로 높아져만 가는 가을 하늘이 시리디 시린 쪽빛으로 탄천에 투영되어 멋진 데칼코마니를 한껏 연출하면서 가을이 시나브로 깊어만 간다. 제법 숲을 이룬 갈대와 수양버들도 계절을 역행하지 못하고 가을빛에 동참하고, 제법 울굿불굿 변색되는 벚나무잎이 봄의 벚꽃 못지않게 탄천변을 가을스럽게 꾸며주고, 쪽빛 하늘과 탈색된 벚나무잎이 탄천에 투영되어 나름 운치있는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힘겹게 겨우 매달려있는 벚나뭇잎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하나둘씩 떨어지고, 허전해진 가슴에 찬 기운이 느껴지기 전에 가을을 맘껏 즐길 수 있다면 세상 부러울게 없겠지만..

가을 이야기 2022.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