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9. 02.
백밀러에 비춰지는 동쪽 하늘은 검은 테두리를 밀어내고 천지창조의 기운을 받은듯 환상적인 풍경을 뽐내니, 차를 세우고 싶은 갈등이 나에게 싸움을 걸어오지만, 오늘의 첫 일정인 맥문동을 일찍 보고픈 욕망이 판정승을 거두고 금강하구둑을 지나 새벽 공기가 서늘한 송림산림욕장에 도착하니 막 6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서둘러 산림욕장 진입로를 따라 잰 걸음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사뿐사뿐 옮긴다.
어느새 해가 벌겋게 송림을 뚫고 맥문동을 따스하게 감싸안아준다.
아침노을에 붉어진 기벌포해안 멀리 보이는 작은 섬의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맥문동은 보라색 빛깔을 잃은채로 잔잔한 물결을 앞에 두고 아침을 시작한다.
보랏빛 맥문동이 아침샛살에 한층 밝은 보랏빛으로 연출하면서, 해가 있는 맑은 날을 고르고 골라 온 현명함에 내가 나의 진중한 결정에 찬사를 보낸다.
바다와 어우러진 맥문동은 보랏빛이 조금은 흐릿해 보일지라도 내가 어쩔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 존중할뿐, 자연이 베푸는대로 맥문동과 바다와 하늘의 앙상블을 함께 즐길수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뚜벅뚜벅 걸어 나갈것만 같은 소나무의 쭉 뻗은 다리가 보라색 융단이 깔린 산림욕장을 호령하고
서있다.
바닥의 맥문동이 하늘을 올려다 보기에는 거대한 소나무가 허락하지 않으니, 내가 대신 매문동이 되어 소나무 숲을 뚫고 파아란 하늘과 보라색 맥문동에 소나무를 매개로하여 한 줄로 엮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보랏빛 맥문동과 파아란 하늘과 바다와 쭉쭉 뻗은 멋쟁이 소나무들과 잠시 긴 이별을 해야한다.
다시 만날 그 날이 언제가 될지 알수는 없지만, 사정이 허락 하는 한, 자연이 내게 주는 엔돌핀이 필요해지면 언제든 다시 찾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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