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시월의 마지막 주말 아침의 단상

Chipmunk1 2017. 10. 28. 06:36

 

시간은 시나브로 스쳐지나가고

찰라에 수만가지 생각들이 줄을 잇는다.

 

방하방하방하착(放下放下放下着)을

수도없이 외치고 또 외쳐도

언제나 그자리에

멀뚱히 서있는 나를 발견한다.

 

부자든 빈자든 권력자든 민초든

어차피 동전 한잎 담아갈 수도 없는

주머니 없는 수의 한벌

겨우 얻어 입고 떠날 길인데....

 

모든게 다 부질없단 생각을 하다가도

지하철역 탑승구 앞에서 배고프다고

머리조아리며 손 벌리던 노숙자에게

냉정했던 나를 보았다.

 

그가 진정 노숙자이든 아니든

내가 판단할 일은 아니였는데,

자존감을 팔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내게 온 노쇠해 보이던 노숙자에게

눈길 한번 주지않고 앞만 응시했던

내 자신이 한없이 비겁했다.

 

지킬것이 그리 많지않다 생각했는데,

잔돈푼 앞에서 냉정했던

부끄러운 나를 보고있노라니,

아직까지 지키고 싶은 것이

남아있나 보다하고 쓴웃음이 지어졌다.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것은

마음뿐만이 아니라,

물욕도 크게 자리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이제 구호뿐인 방하착은 잊고 살리라

입으로 의연한척도 하지 않으리라

떠나는 날까지 열심히 치열하게 살다가,

어느날 홀연히 흔적없이 떠나리라

 

그래서 천상병 시인이

귀천에서 노래 했듯이

소풍이 즐거웠다고 말하고

떠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시월의 마지막 주말 아침에..........

 


 

?방하착 (放下着)과 착득거(着得去)?

 

한 스님이 탁발을 하러 길을 떠났는데,

'사람 살려!' 하고 실낱같이 들려왔다.

어떤 사람이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나뭇가지를 붙잡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이오?' 하고 물으니

'사실은 나는 앞을 못보는 봉사 올시다.

양식을 얻으러 가던 중 발을 헛딛어 굴러 떨어졌는데,

뉘신지 모르오나 어서 속히 나좀 구해주시오!' 하는 것이었다.

 

스님이 자세히 아래를 살펴보니,

뛰어 내려도 다치지 않을 정도의 위치였던 것이다.

그래서 스님이 장님에게 외쳤다.

 

'지금 잡고있는 나뭇가지를 그냥 놓아 버리시오.

그러면 더 이상 힘 안들이고 편안해 질 수 있소!'

 

'내가 지금 이 나뭇가지를 놓아버리면

낭떠리지로 떨어져 즉사할 것이니 제발 나좀 살려주시오~'

라고 애걸복걸 했다.

 

힘이 빠진 봉사가 손을 놓치자 땅밑으로 툭 떨어지며

가볍게 엉덩방아를 찧을 뿐이었다

그렇다. 우리도 앞못보는 장님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썩은 동아줄과 같은 물질을 영원한 생명줄로 착각하고

끝까지 붙들고 발버둥치는 불쌍한 우리네 중생들 . .

 

방하착(放下着)은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 놓아라,

또는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뜻이다.

우리 마음 속에는 온갖 번뇌와 갈등, 스트레스, 원망,

집착 등 욕심들이 얽혀있는데, 그런 것을 모두

벗어 던져버리라는 말이 방하착이다.

 

조주선사는 방하착하지 못하겠다는 제자들에게

'그러면 계속 지고 가시게 - 착득거(着得去)' 했다고 한다.

 

우리는 꿈같은 세상을 살면서 지난일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지고다니면서 힘들게 살고 있지는 않는지 ㅡ

 

*최화수의 "山에山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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