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떨구어낸 줄 알았는데
연밥 아래, 차마 놓지 못한
연분홍 기약 하나 매달려 있네.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기우뚱거리는 것은 여린 몸통이 아니라
지나온 계절을 향한 아쉬움이었을까.
홀로 견뎌낸 모진 밤에도
희망의 불씨처럼 끝내 피어 있던
노화가(老畵家)의 그 잎새처럼,

너는 필시 누군가에게
살아낼 내일을 건네려
마지막 온기를 쥐고 있는 것이리.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영글어 가듯,
가장 깊은 내려놓음 끝에
비로소 익어가는 그리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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