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야기

빛이 그려낸 두 가지 색, 아침 이슬 속 배추흰나비

Chipmunk1 2026. 7. 17. 08:40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아침 정평천의 선물.
풀잎 위에서 이슬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가만히 쉬고 있는 배추흰나비를 만났습니다.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작은 생명이지만,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본 나비의 날개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빛을 품고 있더군요.

​동쪽을 배경으로 카메라를 대면 옅은 노란빛으로,
서쪽을 배경으로 돌아서서 찍으면 깨끗한 흰빛으로 다가옵니다.

​그 짧은 순간, 빛과 방향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마술 같은 이야기를 해 봅니다.

​오전 6시 40분 무렵, 동쪽 하늘에 나직이 떠오른 아침 햇살을 마주 보며 나비를 담았습니다.

​햇빛이 나비 날개 뒤편에서 투과해 들어오는 이 '역광'의 순간에는, 날개 아랫면에 촘촘히 덮인 미세한 노란색 인편(가루)들이 햇살을 가득 머금게 됩니다. 마치 얇은 한지 등(燈)에 불을 켠 듯, 은은하고 따스한 옅은 노란색이 날개 가득 차오릅니다.

​이번에는 해를 등지고 서쪽을 바라보며 나비를 담아봅니다.

등 뒤에서 쏟아지는 아침 볕이 나비 날개에 정면으로 닿는 '순광'의 순간입니다.

​투과되지 않고 표면에서 정직하게 반사된 빛은 배추흰나비 본연의 깨끗하고 투명한 흰색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방금 씻어낸 듯한 하얀 날개와 검은 무늬의 대비가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같은 나비, 같은 아침, 하지만 다른 시선
​바라보는 방향과 빛의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옷을 입는 자연의 정교함에 가만히 감탄하게 됩니다.

​우리의 삶도 어쩌면 이 나비의 날개와 같지 않을까요.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고, 어떤 빛을 비추느냐에 따라 숨겨진 고유의 색들이 다채롭게 피어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맑은 아침 이슬을 닮은 싱그러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