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아침 정평천의 선물.
풀잎 위에서 이슬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가만히 쉬고 있는 배추흰나비를 만났습니다.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작은 생명이지만,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본 나비의 날개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빛을 품고 있더군요.
동쪽을 배경으로 카메라를 대면 옅은 노란빛으로,
서쪽을 배경으로 돌아서서 찍으면 깨끗한 흰빛으로 다가옵니다.
그 짧은 순간, 빛과 방향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마술 같은 이야기를 해 봅니다.
오전 6시 40분 무렵, 동쪽 하늘에 나직이 떠오른 아침 햇살을 마주 보며 나비를 담았습니다.

햇빛이 나비 날개 뒤편에서 투과해 들어오는 이 '역광'의 순간에는, 날개 아랫면에 촘촘히 덮인 미세한 노란색 인편(가루)들이 햇살을 가득 머금게 됩니다. 마치 얇은 한지 등(燈)에 불을 켠 듯, 은은하고 따스한 옅은 노란색이 날개 가득 차오릅니다.
이번에는 해를 등지고 서쪽을 바라보며 나비를 담아봅니다.

등 뒤에서 쏟아지는 아침 볕이 나비 날개에 정면으로 닿는 '순광'의 순간입니다.
투과되지 않고 표면에서 정직하게 반사된 빛은 배추흰나비 본연의 깨끗하고 투명한 흰색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방금 씻어낸 듯한 하얀 날개와 검은 무늬의 대비가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같은 나비, 같은 아침, 하지만 다른 시선
바라보는 방향과 빛의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옷을 입는 자연의 정교함에 가만히 감탄하게 됩니다.
우리의 삶도 어쩌면 이 나비의 날개와 같지 않을까요.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고, 어떤 빛을 비추느냐에 따라 숨겨진 고유의 색들이 다채롭게 피어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맑은 아침 이슬을 닮은 싱그러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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