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마 뒤끝의 아침 공기는 여전히 묵직하지만, 물기를 머금은 초록은 그 어느 때보다 싱그럽습니다. 매일 걷는 정평천 산책길,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눈길을 사로잡는 작은 흔적이 있습니다.

풀잎 하나에 위태롭듯 단단하게 매달려 있는 갈색 껍질. 오랜 시간 어두운 땅속에서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온 매미의 허물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 매미 허물을 '선퇴(蟬退)' 혹은 '선의(蟬衣)'라 부른다고 합니다. '매미가 벗어놓고 간 옷'이라는 그 이름이 어찌나 다정하고도 깊은 울림을 주는지요. 등을 미세하게 쪼개고 나와 투명한 날개를 펼치기까지, 녀석이 감내했을 우화(羽化)의 순간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마침 고개를 돌리니, 막 허물을 벗어던지고 곁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참매미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직 몸이 다 굳지 않아 맑고 투명한 빛을 띠는 날개는 대견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지루했던 땅속의 삶을 뒤로하고, 하늘을 향해 우렁찬 노래를 부르기 위해 제 모든 것을 쏟아부어 날개를 폅니다.

'금선탈각(金蟬脫殼)'이라는 말처럼, 매미는 날아오르기 위해 자신이 가진 가장 단단한 껍질을 미련 없이 비워냅니다. 껍질을 벗는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기에 비로소 자유롭게 날아올라 여름의 주인공이 됩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닮아있습니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때로 익숙했던 과거의 껍질을 과감히 벗어던져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채 비워내지 못한 미련이 있다면 저 숲 속에 조용히 묻어두고, 오늘 아침 마주한 매미처럼 맑고 투명한 날개를 펼쳐 이 찬란한 여름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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