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야기

​연꽃 사이에서 짙은 빛으로 영글어가는 연자(蓮子)

Chipmunk1 2026. 7. 16. 00:00

2026. 07. 13.

지금 세미원의 연지(蓮池)에는 연꽃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한자리에서 숨을 쉬고 있습니다.

싱그러운 푸른 잎사귀 사이로 수줍게 입술을 다문 초록빛 꽃망울이 피어날 차례를 기다리며 고개를 들고 있고, 그 바로 곁에는 한여름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 안은 연꽃이 화려하게 만개해 자태를 뽐냅니다.

하지만 눈부신 꽃들의 잔치 속에서 진짜 주인공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연꽃 사이사이에 당당히 자리 잡고 익어가는 연자(蓮子)의 모습입니다.

꽃잎이 떠난 자리에 홀로 남은 초록빛 연밥(씨방)은 비바람을 견디며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붉고 노란빛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단단해집니다.

둥근 씨방의 작은 방마다 쏙쏙 박혀 있는 연자들은 매일의 햇볕을 듬뿍 머금으며 저마다의 속도로 영글어갑니다. 처음에는 부드러운 초록빛이었다가, 점차 갈색으로 여물어 가고, 마침내 짙은 자줏빛과 검은빛을 띠며 단단하고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꽃망울의 설렘부터 활짝 핀 연꽃의 정점, 그리고 세월의 깊이를 담아 짙은 색으로 빛을 내며 익어가는 연자의 결실까지. 연꽃의 숭고한 한 생애와 자연의 순리가 지금 이 순간 연지 위에 가득 흐르고 있습니다.

'여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우 속에서도 잃지 않은 빛  (9) 2026.07.18
빛이 그려낸 두 가지 색, 아침 이슬 속 배추흰나비  (4) 2026.07.17
​바람의 지문(指紋)  (2) 2026.07.15
빗속의 나팔꽃  (2) 2026.07.15
​빗속의 죽단화  (4) 2026.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