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바짝 말라 속살을 드러냈던 정평천이 다시금 가득 차올라 힘차게 흘러가는 물소리가 냇가에 기분 좋은 생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세차게 흐르는 물결 곁에서, 정평천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인 채 피어난 루드베키아(원추천인국)가 흘러가는 물을 그윽한 눈빛으로 가만히 바라보는 듯한 모습이 참으로 한가롭고 평온해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찬찬히 들여다본 꽃잎은 여름날의 태양을 닮아 눈이 부십니다.
짙은 갈색의 중심부에서 시작해 붉은빛을 머금은 주황색으로, 다시 싱그러운 노란색으로 뻗어 나가는 깃털 같은 꽃잎들이 물가에 핀 한 송이 작은 불꽃같습니다. 꽃잎 아래로 고개를 내민 강아지풀조차도 그 다정하고 그윽한 시선에 동참하듯 냇가로 향해 있네요.

서두르는 법 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그저 흘러가는 물길에 온전히 마음을 맡긴 루드베키아의 여유.
세차게 쏟아진 비로 한바탕 소란스러웠을 하천 한쪽에서 이토록 고요하고 평화로운 침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산책길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바쁘게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 붉고 노란 꽃들처럼 흐르는 계절을 그저 묵묵히, 그리고 따스한 눈길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을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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