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가 푸르스름하게 내려앉은 아침 산책길, 모두가 잠든 밤을 홀로 지켜낸 수줍은 노란 등불을 만났습니다.

밤새워 임을 기다리며 켜둔 것만 같은 달맞이꽃. 아침 이슬을 듬뿍 머금은 채, 햇살이 번지기 전 마지막 빛을 발하는 청초한 모습에 이끌려 가만히 발걸음을 멈춥니다.

달맞이꽃
밤새워 임 기다려 등불을 켜두었나
이슬 젖은 노란 등잔 새벽빛에 흐려질 제
지기 전 가장 환한 빛 모아 마저 태우네

달빛이 그리워 밤새 홀로 피어났을 꽃잎은 서둘러 찾아온 아침이 야속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 햇살이 차오르면 스러지듯 고개를 숙일 그 짧은 운명을 알기에, 지기 직전의 이 순간이 온 힘을 다해 자아내는 노란빛이 더욱 뜨겁고 찬란하게 다가옵니다.

찰나의 순간을 살아가면서도 온전히 자신만의 빛을 발하는 저 달맞이꽃처럼, 소리 없이 단단하게 빛나는 하루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지기 전 가장 환한 빛을 모아 마저 태우는 저 꽃잎처럼, 우리네 하루도 매 순간이 가장 찬란한 순간이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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