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이 온통 빛을 숨기고
묵직한 침묵으로 가라앉은 아침
곧 비를 뿌릴 듯 차가운 바람 속에
대지는 숨을 죽이고 서 있는데
길가 어둑한 풍경을 뚫고
곧게 솟아오른 줄기마다
제각각 환한 불을 밝혔다
누구는 보랏빛 안개를 피워 올리고
누구는 순백의 눈꽃을 흩뿌리며
밀려오는 먹구름에 당당히 맞서는 고고함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쏟아질 것 같은
흐릿한 세상의 중심에서
가장 선명한 빛깔로 피어난 너
리아트리스,
너의 꼿꼿한 걸음이 있어
어두워가는 산책길이 서럽지 않다

'꽃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수련 '제임스 브라이든' (Water Lily 'James Brydon'), 물 위에 핀 장밋빛 등불 (2) | 2026.07.06 |
|---|---|
| 달맞이꽃이 지기 전, 가장 찬란한 노란 등불을 마주하다 (10) | 2026.07.05 |
| 오리엔탈 백합 (6) | 2026.07.04 |
| 새벽비가 머문 술패랭이꽃 (2) | 2026.07.04 |
| 적원추리와의 반가운 만남 (2) | 2026.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