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01.

초록빛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수면 위, 마치 정성스레 켜 놓은 장밋빛 등불 하나를 만났습니다. 온대 수련 중에서도 유독 매혹적인 빛깔을 자랑하는 '제임스 브라이든'입니다.

연한 분홍빛 연꽃들이 은은한 동양적인 미를 풍긴다면, 이 친구는 서양의 짙은 장미를 물 위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정열적이고도 고혹적인 자태를 뽐냅니다. 수면 아래 낮게 내려앉은 잎사귀들은 자줏빛 얼룩을 품은 채 이 화려한 꽃을 묵묵히 받쳐주고 있고, 그 중심에서 피어난 황금빛 수술은 붉은 꽃잎과 대비되어 눈이 시릴 정도로 선명합니다.

맑은 물거울 속에 제 모습을 고스란히 비추어낸 반영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데칼코마니처럼 마주 보고 있는 두 송이의 꽃을 보고 있노라면, 물 위의 세상과 물아래의 세상이 이 고운 빛깔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화려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진한 빛깔 속에 깊은 아늑함을 품고 있는 꽃. 바쁜 걸음을 멈추고 이 장밋빛 등불 앞에 머무는 동안,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 있던 잡념들도 수면 아래로 고요히 가라앉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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