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야기

산책길에서 만난 당당한 주황빛, 천수국(千壽菊)

Chipmunk1 2026. 6. 24. 06:30

​이른 아침 산책길을 걷다 보면 멀리서도 단번에 눈에 띄는 강렬한 주황빛 무리가 있습니다. ‘천 년을 살며 피어나는 꽃’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천수국(아프리칸 메리골드)입니다.

​천수국은 오직 순수한 주황색과 노란색만으로 커다란 꽃송이를 가득 채우는 당당함이 있습니다. 겹겹이 풍성하게 뭉쳐진 꽃잎은 마치 정성스럽게 접어놓은 습지화(종이꽃) 같기도 하고, 탐스러운 공 같기도 해서 보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깃털처럼 섬세하게 갈라진 초록 잎사귀 위로 팝콘처럼 톡톡 터진 주황색 꽃송이들을 보고 있으면 초여름의 청량한 생동감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듯합니다.

​천수국은 ‘헤어진 친구에게 보내는 마음’, ‘가련한 사랑’이라는 조금은 애틋한 꽃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토록 화려하고 당당한 모습을 하고서 마음에 품은 뜻은 어찌 이리 아련한지, 다시 한번 꽃을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어쩌면 뜨거운 여름날의 열정 뒤에 찾아올 계절을 묵묵히 기다리는 성숙한 마음을 닮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름이 깊어갈수록 이 길 위의 꽃들도 더욱 단단하고 선명해지겠지요. 매일 걷는 길이지만 매번 새로운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 자연이 있어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오늘 하루, 천수국의 밝은 주황빛처럼 활기차고 따뜻한 시간들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