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여름의 싱그러움이 짙어가는 정평천 길을 걷다, 풀숲 사이로 고개를 내민 특별한 나리꽃 무리를 만났습니다. 평소 보던 강렬한 주황빛이 아닌, 은은한 크림빛이 감도는 단아한 자태가 아침 산책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하늘을 향해 잔을 벌린 아이들과 수줍게 고개를 숙인 아이들이 섞여 피어난 모습은 마치 자연이 빚어낸 한 폭의 수채화 같았습니다. 붉은 기운을 온전히 비워낸 그 미묘하고도 고운 색감은 주황색이라는 단어보다 '미색'이라는 표현이 훨씬 더 잘 어울렸습니다.

학술적으로는 노랑털중나리의 변이종이라 부르겠지만, 내 마음의 렌즈에는 그 다정한 색을 담아 '미색(노랑)털중나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거친 야생의 환경 속에서도 이토록 우아한 품격을 지켜낸 모습이 참으로 귀하고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흔히 지나칠 수 있는 풀숲 사이에서 보석 같은 이들을 마주하는 것은, 아침을 부지런히 열어젖힌 이에게만 허락된 소박한 사치일 것입니다. 잠시 머물러 그 고운 자태를 눈과 렌즈에 담는 시간 동안, 마음속까지 은은한 향기로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고 피어난 미색(노랑)털중나리의 수줍은 몸짓은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제게 큰 위로와 선물이 되었습니다. 숲길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만큼이나 잔잔하고 깊은 여운을 남겨준 오늘의 이 작은 발견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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