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함이 채 가시지 않은 성하의 계절, 유월의 이른 아침, 푸른 숨을 몰아쉬는 내장산의 품으로 들어선다. 가을날의 화려한 붉은 핏줄을 다 비워내고, 오직 투명한 초록의 생명력으로만 가득 찬 숲은 온통 싱그러운 기운으로 렁렁하다.

발길이 멈춘 곳은 연못 한가운데 호젓이 들어선 우화정(羽化亭). 날개를 펴고 신선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그 이름처럼, 옥빛 기와를 얹은 정자는 잔잔한 수면 위에 또 하나의 완벽한 우주를 그려내고 있다.

바람마저 숨을 죽인 아침, 호수는 거대한 거울이 되어 웅장한 암벽과 푸른 산받이, 그리고 티 없이 맑은 하늘까지 통째로 품어 안았다. 물속에 담긴 정자가 진짜인지, 돌다리 너머 서 있는 정자가 진짜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한 데칼코마니다.

지그시 눈을 감으면 숲이 건네는 미풍과 맑은 물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눈을 뜨면 사방에서 밀려드는 초여름의 녹음이 망막을 깨끗하게 씻어 내린다. 정자로 향하는 징검다리 위에 서서 물길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세상의 번잡한 소음과 묵은 상념들이 저 깊은 물속으로 고요히 가라앉는 시간이다.

자연이 빚어낸 이 완벽한 대칭의 미학 앞에서,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다. 화려하지 않아도 조용히 빛나는 유월의 초록처럼, 맑고 단단한 마음으로 상하의 계절이 시작되는 첫날의 걸음을 다시금 향기롭게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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