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죽화경 작은숲 속의 약모밀(어성초)

Chipmunk1 2026. 6. 2. 02:45

2026. 05. 30.

싱그러운 오월의 끝자락, 죽화경 관람로옆 작은 숲 속에 초록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약모밀 군락을 마주했습니다. 흔히 '어성초(魚腥草)'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 풀은, 특유의 강한 향 때문에 간혹 사람들에게 외면받기도 하지만, 그 향 뒤에 숨겨진 꽃의 자태는 그 어떤 들꽃보다 정갈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네 장의 깔끔한 흰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진짜 꽃잎이 아닌, 자신을 비워 꽃을 지켜내려는 '포엽'입니다. 화려한 색채를 탐하지 않고 오직 순백의 담백함으로 피어난 모습이 참 고고합니다. 욕심을 버리고 본질에 충실할 때 비로소 가장 아름다운 마음(하트)을 가질 수 있다는 무언의 가르침을 받습니다.

하얀 포엽 위로 촛대처럼 곧게 솟아오른 연노란색의 이삭꽃차례는 약모밀의 진짜 꽃들이 촘촘히 모여 있는 곳입니다. 마치 작은 보석들을 정교하게 박아 넣은 듯, 위를 향해 당당하게 피어난 꽃술의 모습에서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며 삶의 중심을 곧게 세워가는 우리네 굳건한 일상을 닮았습니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싱그러운 잎사귀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그 위로 수많은 하얀 별들이 점점이 박혀 있습니다. 혼자일 때보다 함께일 때 더 짙은 초록을 만들어내고, 서로를 받쳐줄 때 백색의 순수함이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약모밀은 척박한 땅에서도 깊고 강하게 뿌리를 내리며 자라납니다. 거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자신만의 향과 모양을 잃지 않는 그 올곧음이 참 귀하게 다가옵니다.

오늘 마주한 약모밀처럼, 우리의 삶도 때로는 담백하게 비워내고, 때로는 중심을 단단히 잡으며, 주변과 다정하게 어우러질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초록 바다 위에 피어난 순백의 미소가 지친 일상에 잔잔한 위로를 건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