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전주수목원 장미원에서 만난 영국장미 '샤리파 아스마'

Chipmunk1 2026. 6. 2. 00:00

오월의 초록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가는 요즘입니다. 싱그러운 바람을 따라 발길이 닿은 전주수목원에는 지금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장미들이 저마다의 고운 빛깔로 피어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 수많은 장미 중에서도 유독 발걸음을 길게 붙잡은 장미가 있습니다. 바로 영국의 데이비드 오스틴 장미 중 하나인 '샤리파 아스마(Sharifa Asma)'입니다.

수많은 겹의 꽃잎이 촘촘하고 둥글게 모여 피는 화형이 참 탐스럽습니다. 겉잎은 맑고 투명한 백색에 가까우면서도, 중심부로 갈수록 은은하게 물드는 연분홍빛 미색이 숨이 멎을 만큼 우아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이 고전적인 영국 장미가 우리네 고풍스러운 전돌 벽과 검은 기와 담장 아래서 피어난 모습이었습니다. 이국적인 장미의 화려함이 정갈한 한옥의 곡선, 그리고 묵직한 기와의 색조와 어우러지니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편안하고 깊은 멋을 자아냅니다. 동양과 서양의 아름다움이 이토록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에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활짝 피어나 제 자태를 마음껏 뽐내는 송이도 아름답지만, 수줍게 고개를 내밀며 개화를 준비하는 어린 꽃봉오리들에게서도 청초한 생명력이 가득 느껴집니다. 가시 돋친 붉은 줄기마저도 이 고운 분홍빛 꽃을 지키기 위한 자연의 섬세한 배려처럼 보입니다.

맑은 봄의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잎사귀와 연분홍빛 꽃송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마음에 맑고 향기로운 봄기운이 가득 차오르는 기분입니다.

짧아서 더 아쉽고 소중한 이 봄날, 눈부시게 피어난 샤리파 아스마의 향기를 사진으로나마 나누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