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단골 수목원에서 만난 반가운 분홍빛, 디오이카장구채

Chipmunk1 2026. 5. 31. 03:18

특별한 일이 없다면, 평균 월에 두 번은 꼭 발걸음을 하게 되는 나의 힐링 아지트,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 또 다녀왔습니다. 워낙 자주 찾다 보니 올 때마다 '오늘은 어떤 꽃이 새로 피었을까' 기대 섞인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진입로를 걸어가곤 합니다.

이번 걸음에는 입구를 지나 진입로를 지난 화단에서 아주 제대로 눈도장을 찍고 왔습니다. 싱그러운 호스타(비비추)의 넓은 초록 잎사귀들을 배경 삼아 강렬한 분홍빛으로 무리 지어 피어난 이 꽃, 바로 '디오이카장구채(Red Campion)'입니다. 늘 오던 길인데도 이렇게 계절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물해 주니 수목원을 발길을 끊을 수가 없습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가까이 보니, 이 꽃만이 가진 독특한 디테일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처음 보면 꽃잎이 10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5장입니다. 꽃잎 가운데가 하트 모양처럼 깊게 갈라져 있어서 마치 10장처럼 풍성해 보이는 재미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답니다.

줄기와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꽃받침 전체에 부드러운 흰색 털(선모)이 빽빽하게 돋아 있습니다. 화창한 햇살을 받아 이 보송보송한 털들이 반짝이는 모습이 참 신비롭습니다.

학명에 들어간 '디오이카(dioica)'는 암수딴그루를 뜻합니다. 꽃 한가운데에 하얗고 귀엽게 말려 있는 암술대 5개가 선명한 걸 보니, 수목원 진입로 화단을 장식한 이 녀석들은 아주 건강한 '암꽃'들이었네요.

자주 오는 곳이지만, 이 입구 화단에서만 한참 동안 머물게 만들 만큼 초록 잎과 분홍빛 꽃의 대비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첫 만남부터 강렬한 아름다움을 뽐낸 디오이카장구채 덕분에 이번 수목원 산책도 기분 좋게 시작했습니다.

이맘때 전주수목원을 찾으신다면, 입구 진입로 화단에서 화사하게 반겨주는 이 분홍빛 물결을 놓치지 말고 꼭 찬찬히 눈에 담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