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빛 기와가 겹겹이 쌓인 선 위로 탐스러운 주황빛 꽃송이들이 고개를 내민 구도가 무척이나 고풍스럽습니다.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서양 장미의 화려함이 이토록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음에 감탄하게 됩니다.

맑고 파란 하늘을 우러러보듯 역광을 살짝 머금은 꽃잎들은 마치 투명한 등불처럼 안쪽에서부터 따스한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갓 피어날 때의 짙은 귤빛(Apricot-orange) 봉오리부터, 활짝 만개하며 부드러운 핑크빛과 연 노란빛을 품어내는 과정이 한 무더기 안에서 조화롭게 펼쳐져 있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청명한 하늘빛 아래
먹빛 기와 나란히 베고 누워
오월의 햇살을 가득 들이켰나 봅니다.

안으로 안으로 곱게 말아 쥔
수줍은 귤빛 속살마다
등불 하나씩 켜 놓은 듯 환합니다.

초록 잎사귀 사이로
소담하게 피어난 송이송이가
봄날의 가장 찬란한 고백처럼
수목원 담장 가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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