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이 짙어가는 오월의 길목, 전주수목원 장미원 한편에서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존재가 있습니다. 영국 출신의 정원가 이름을 딴 '그라함 토마스'. 수많은 장미 중에서도 이토록 맑고 깊은 황금빛을 품은 꽃이 또 있을까요.

처음에는 단단한 초록 꽃받침 뒤에 숨어 수줍은 고개를 내밀더니, 이내 햇살을 받으며 한 겹씩 비밀을 풀어내듯 꽃잎을 엽니다. 살짝 오므린 봉오리일 때는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지고, 서서히 벌어지며 속살을 드러낼 때는 고풍스러운 귀족의 우아함이 묻어납니다.

마침내 수십 개의 꽃잎을 겹겹이 포개어 완연히 피어난 모습은 마치 정성스레 빚어낸 황금빛 잔 같습니다. 따스한 노란색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주변의 풍경을 단숨에 온화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립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 깊은 곳까지 은은한 향기와 온기가 스며드는 기분입니다.

자연이 빚어낸 이 아름다운 순간을 하트 모양 프레임에 담아둡니다. 영원히 시들지 않을 오월의 따스함이자, 소중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순수한 마음의 고백처럼, 장미원에 머물던 오월의 바람과 햇살이 눈부신 황금빛 꽃잎 위에서 오래도록 일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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