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황금빛 연가(戀歌), 그라함 토마스

Chipmunk1 2026. 5. 24. 00:00

​초록이 짙어가는 오월의 길목, 전주수목원 장미원 한편에서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존재가 있습니다. 영국 출신의 정원가 이름을 딴 '그라함 토마스'. 수많은 장미 중에서도 이토록 맑고 깊은 황금빛을 품은 꽃이 또 있을까요.

​처음에는 단단한 초록 꽃받침 뒤에 숨어 수줍은 고개를 내밀더니, 이내 햇살을 받으며 한 겹씩 비밀을 풀어내듯 꽃잎을 엽니다. 살짝 오므린 봉오리일 때는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지고, 서서히 벌어지며 속살을 드러낼 때는 고풍스러운 귀족의 우아함이 묻어납니다.

​마침내 수십 개의 꽃잎을 겹겹이 포개어 완연히 피어난 모습은 마치 정성스레 빚어낸 황금빛 잔 같습니다. 따스한 노란색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주변의 풍경을 단숨에 온화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립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 깊은 곳까지 은은한 향기와 온기가 스며드는 기분입니다.

​자연이 빚어낸 이 아름다운 순간을 하트 모양 프레임에 담아둡니다. 영원히 시들지 않을 오월의 따스함이자, 소중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순수한 마음의 고백처럼, 장미원에 머물던 오월의 바람과 햇살이 눈부신 황금빛 꽃잎 위에서 오래도록 일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