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월의 아침은 싱그럽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꽃들은 저마다의 호흡으로 계절을 채워갑니다. 발걸음이 닿은 곳은 전주의 푸른 숨결이 모여 있는 수목원. 그중에서도 사방이 향기로 가득 찬 장미원은 지금 이 순간 가장 뜨거운 계절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수많은 장미 가운데 유독 시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친구가 있으니, 이름마저 달콤한 '스트로베리 힐'입니다.

전통의 멋이 깃든 까만 기와담장을 배경 삼아 넝쿨째 번져간 장미 덤불은 마치 오랜 세월을 지켜온 담장에 바치는 오월의 헌사 같습니다. 둔탁하고 묵직한 기와 곡선 위로 살구색과 옅은 핑크빛이 절묘하게 뒤섞인 꽃송이들이 몽글몽글 피어났나고 있습니다. 수십, 수백 장의 꽃잎을 부끄러운 듯 겹겹이 말아 쥔 모습은 영락없이 소박한 수줍음을 간직했던 그 소녀의 뺨을 닮았습니다.


가만히 다가가 눈을 맞춰봅니다. 아침 이슬을 머금고 피어난 장미는 화려함보다는 아늑함을, 강렬함보다는 은은한 온기를 품고 있습니다. 활짝 피어난 장미는 그 품이 넉넉하여 보는 이의 마음까지 풍성하게 만들고, 이제 막 단단한 초록 껍질을 깨고 나오는 봉오리들은 다가올 날에 대한 설렘을 품게 합니다.


기와담장 너머로 고개를 삐죽 내민 꽃대 하나가 맑은 오월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습니다. 바람이 슬쩍 그 끝을 흔들고 지나갈 때마다 강하지만 감미로운 장미 향이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자연이 빚어낸 정교한 예술품을 담으며, 이 눈부신 계절도 장미의 꽃잎처럼 겹겹이 쌓여 가고 있음이 절로 느껴집니다. 가장 아름다운 때를 만나 아낌없이 피어난 오월의 장미원. 그 담장 밑에서 머문 시간은 한동안 지우지 못할 짙은 향기로 마음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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