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전주수목원 장미원에서 만난 장미 '프린세스 앤'

Chipmunk1 2026. 5. 22. 00:01

바람 끝에 묻어나는 공기가 제법 싱그러워진 오월의 중순. 초록이 짙어가는 전주수목원 장미원 한 켠에서 눈이 시리도록 선명한 빛깔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 수많은 오월의 주인공 중에서도 유독 당당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존재, 영국 데이비드 오스틴의 명품 장미 '프린세스 앤(Princess Anne)'입니다.

야무지게 다물려 있던 봉오리가 열리면, 세어보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꽃잎이 겹겹이 풍성한 입체감을 만들어냅니다. 화려한 딥 핑크빛으로 시작해 시간이 흐를수록 부드러운 자줏빛을 머금어가는 그라데이션은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냅니다.

활짝 피어난 꽃잎 사이로 얼핏얼핏 내비치는 노란 수술의 생동감, 그리고 이른 아침의 흔적인 듯 꽃잎 위에 살포시 얹힌 맑은 이슬방울들이 장미의 생명력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가만히 다가가 숨을 고르면, 코끝을 스치는 은은하고 클래식한 티(Tea) 향이 번잡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줍니다.

프린세스 앤은 그 화려한 미모만큼이나 병충해에 강하고 단단한 생명력을 가진 장미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짝이는 짙은 초록 잎사귀들을 배경 삼아 고개를 꼿꼿이 들고 무리 지어 피어난 장미꽃들을 보고 있으면, 이름에 걸맞은 도도한 품격과 내면의 강인함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 수목원의 푸른 그늘 속에서 유독 붉고 아름답게 빛나던 '프린세스 앤'.
카메라 프레임 속에 담아온 그 강렬한 색감과 싱그러운 여운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잔상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