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빛이 완연하고 싱그러운 초록이 더해가는 오월의 한가운데,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의 한적한 산책로를 걷다 뜻밖의 귀한 손님과 눈이 마주치니, 수풀 사이에 숨은 듯 피어난 가냘픈 분홍빛 실루엣, 가는잎장구채가 반겨줍니다.

가까이 들여다본 가는잎장구채의 자태는 가히 자연이 공들여 만든 정교한 공예품 같았습니다.

마디마디 도드라진 꽃받침은 그 이름의 유래를 증명하듯 영락없는 장구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 위로 뻗어 나온 분홍빛 꽃잎들은 마치 가위로 가늘게 오려낸 것처럼 여러 갈래로 깊게 갈라져 오월의 맑은 바람에 일렁입니다.

싱그러운 녹음과 대비되는 화사한 분홍빛, 그 한가운데에 점을 찍듯 돋아난 새하얀 암술과 수줍게 고개를 숙인 꽃봉오리까지.

자세히 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세밀한 아름다움이 접사 렌즈의 프레임 속에 생동감 있게 담겼습니다.


수목원의 푸른 품 안에서 편안하게 피어난 가는잎장구채를 바라봅니다. 숨을 죽이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동안, 소란스럽던 마음의 소음은 사라지고 잔잔한 평온이 찾아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눈가에는 찬란한 오월 햇살 아래 피어난 분홍빛 미소가, 마음 한구석에는 맑은 이슬을 머금은 듯한 청량한 기쁨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잔상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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