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엊그제 매화였거늘, 어느새 초록 매실로 익어가는 계절

Chipmunk1 2026. 5. 8. 15:07

안동 화천서원의 아침은 늘 정갈하지만, 직접 마주한 풍경은 유독 계절의 속도를 실감케 합니다. 찬 바람을 뚫고 가장 먼저 봄을 알리던 하얀 매화를 본 것이 정말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나무마다 초록빛 보석 같은 매실들이 주렁주렁 매달렸습니다.

지산루의 듬직한 기둥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이제 제법 훈훈합니다. 기와지붕 너머로 흐르는 시간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자연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보송보송한 솜털을 입고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매실을 보고 있자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지런히 제 할 일을 다한 자연의 성실함에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초록의 약속

하얀 꽃잎 눈처럼 흩날리던 날
그리움만 남기고 떠난 줄 알았더니
서원 뜰 깊은 곳, 은밀한 약속처럼
초록빛 구슬들 올망졸망 맺혔네

엊그제 꽃 향에 취해 걷던 길
이제는 짙어가는 잎새 사이로
햇살 한 줌, 바람 한 점 정성껏 버무려
단단한 결실로 세월을 채우는구나

지는 꽃 아쉬워 마음 두지 마라
비워낸 자리마다 영그는 생명이 있으니
여름으로 가는 길목, 저 푸른 매실처럼
우리네 인생도 소리 없이 익어간다

화천서원의 뜰에서 마주한 이 싱그러운 초록 기운이 여러분의 하루에도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