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 봉정사의 아침은 고요합니다.

이른 새벽부터 내린 봄비가 산사의 공기를 맑게 씻어내고, 발밑의 흙내음은 더욱 깊어집니다.

그 호젓한 길 끝에서,
비에 젖어 고개를 숙인 금낭화를 마주합니다.

전각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거친 축대 사이로
분홍빛 꽃송이들이 나란히 줄 지어 피어났습니다.

마치 고운 비단 주머니를 매달아 놓은 듯
정갈한 모습입니다.

꽃잎 끝마다 맺힌 투명한 물방울은
이른 아침의 정적을 투영하고,
비에 씻겨 선명해진 색감은
오랜 세월을 머금은 바위의 질감과 어우러져
더없이 단아한 조화를 이룹니다.

조금은 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서도
금낭화의 곡선은 유연하고 따뜻합니다.

견고한 축대 위에 세워진 장엄한 대웅전과
그 아래 올망졸망 매달린 가녀린 생명력.

이 대비가 전해주는 묘한 평온함이
마음에 오래도록 머무는
봄비 내리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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