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아침, 촉촉하게 내리는 봄비와 더불어 봉정사 만세루와 마주합니다.

발길이 닿은 봉정사 마당에서 만난 모란은 이미 빗물에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금방이라도 꽃잎을 터뜨릴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고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활짝 꽃잎을 여는 것보다, 수줍은 모습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속내를 다 보여주지 않는 수줍음 뒤에 숨겨진 단아함. 그것이 백모란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피어나기 직전의 그 팽팽한 생명력이 오히려 활짝 핀 순간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꽃잎 위에 송골송골 맺힌 투명한 빗방울들이 마치 보석 같습니다. 자연이 선물한 가장 고귀한 장신구를 걸친 듯한 자태에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빗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우아함을 유지하는 모습이 참 고결해 보입니다.

완성된 아름다움보다, 그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의 설렘이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합니다.

오늘 만난 이 하얀 모란처럼, 우리네 삶도 피어나기 전의 설렘을 충분히 즐길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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