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야기

찰나의 비가 빚어놓은 선물, 매발톱

Chipmunk1 2026. 4. 27. 11:42

오전 7시, 산책길에 잠시 비가 뿌렸습니다. 대지를 흠뻑 적시기엔 짧은 시간이었으나, 길가에 핀 매발톱의 얼굴을 씻겨주기엔 충분했습니다.

금세 멎은 빗줄기 뒤로 마주한 매발톱은 유난히 특별한 빛깔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보통의 매발톱보다 색의 대비가 훨씬 선명합니다. 진분홍빛 겉 꽃잎(꽃받침)이 화려하게 날개를 펼치면, 그 안에서 우윳빛 속 꽃잎이 수줍게 자태를 드러냅니다. 짙은 원색과 투명한 흰색이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곱게 차려입은 예복을 떠올리게 합니다.

꽃잎 끝에 맺힌 작은 물방울들은 쏟아지는 비에 씻겨 내려간 것이 아니라, 잠시 머물다 간 비가 남기고 간 훈장 같습니다. 촉촉하게 젖은 덕분에 특유의 붉은빛은 더 깊어졌고, 뒤로 길게 뻗은 매발톱만의 굽은 꽃뿔(거)은 더욱 당당한 기개를 보여줍니다.

우연히 마주친 이 특별한 색감의 조화 덕분에 오늘 아침은 뜻밖의 횡재를 한 기분입니다.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그저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빗방울을 이고 서 있는 모습이 참 대견합니다.

잠시 뿌리고 간 비가 꽃에게 생명력을 더해주었듯, 이 고운 사진 한 장이 나의 하루를 맑게 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