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사월의 끝자락, 정원 한편에 선비의 붓을 닮은 붓꽃이 반가운 기지개를 켰습니다. 꽃봉오리가 맺힌 모습이 마치 먹물을 머금은 붓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지요. 그 단아한 자태를 보고 있으면, 소리 없이 고운 글을 써 내려가는 자연의 필력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오늘 아침 마주한 붓꽃은 유독 그 보랏빛이 깊고 선명합니다. 붓꽃의 꽃말은 '기쁜 소식'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이 봄이 가기 전, 우리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행복한 이야기가 있어 이토록 활짝 피어난 모양입니다.

시선을 넓혀보니 붓꽃 곁을 지키는 풍경들이 참으로 조화롭습니다. 발치에는 붉은 철쭉이 화사한 잔치를 벌이고 있고, 머리 위로는 짙은 자주색 단풍나무가 든든한 배경이 되어줍니다. 흔히 단풍은 가을의 전유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 봄에 만나는 붉은 단풍잎은 보랏빛 붓꽃과 대비를 이루며 한 폭의 수채화를 완성합니다.

화려한 봄꽃들 사이에서도 자기만의 기품을 잃지 않는 붓꽃을 보며 생각합니다. 우리네 삶도 이와 같기를.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지면서도, 나만의 고유한 빛깔을 잃지 않고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계절은 부지런히 흘러가지만, 오늘 아침 정성껏 담아낸 이 보랏빛 풍경이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기쁜 소식' 하나쯤 전해주길 바라봅니다.
'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찰나의 비가 빚어놓은 선물, 매발톱 (14) | 2026.04.27 |
|---|---|
| 노란 매발톱 '콜럼바인(Columbine, 비둘기)'이 있는 공원의 아침 (2) | 2026.04.27 |
| 봄의 절정, 수사해당화와 영산홍이 건네는 위로 (2) | 2026.04.27 |
| 산책길의 제왕, 황제튤립을 만나다 (3) | 2026.04.26 |
| 봄바람에 흔들려도, 기어이 붉은 꿈을 꾸는 뱀딸기 꽃 (4) | 2026.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