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란한 계절의 절정에서 마음이 일렁이는 것은, 아마도 눈앞의 아름다움이 유한하다는 것을 직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붉게 타오르는 영산홍과 그 위로 구름처럼 내려앉은 분홍빛 수사해당화가 어우러진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낮게 깔려 지면을 채운 영산홍은 마치 대지가 토해내는 뜨거운 열정 같습니다. 선명한 붉은빛은 생의 가장 화려한 순간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보는 이의 시선을 강렬하게 붙듭니다. 그 바로 위, 가느다란 가지 끝에 매달린 수사해당화는 연분홍빛 꽃송이를 수줍게 늘어뜨린 채 바람에 일렁입니다.
강렬함과 부드러움, 지면의 열정과 공중의 우아함. 서로 다른 온도의 두 꽃이 한 화면에 담길 때, 봄은 비로소 빈틈없는 완성을 이룹니다. 이 어울림은 마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라고 속삭이는 듯합니다.

봄이 깊어간다는 사실에 마음이 헛헛해지는 것은 그만큼 이 계절을 온 마음 다해 사랑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꽃이 지는 것을 '상실'로만 본다면 매년 반복되는 이 눈부신 풍경은 슬픔의 기록이 될 뿐입니다.
사실 봄이 깊어지는 것은 사라지는 과정이 아니라, 생명이 다음 단계를 향해 영글어가는 과정입니다. 꽃잎이 머물던 자리에 초록의 생기가 돋아나고, 그 푸름은 다시 뜨거운 여름을 견뎌낼 힘이 됩니다.
수사해당화의 화사함이 옅어지는 만큼 대지는 더 단단한 생명력을 품게 될 것입니다.

계절의 시계는 멈출 수 없지만, 렌즈를 통해 포착한 이 순간만큼은 영원히 박제되어 남습니다. 사진 속에서 영산홍은 여전히 붉고, 수사해당화는 언제까지나 연분홍빛 미소를 머금고 있을 것입니다.
비록 내일의 바람에 꽃잎 한 점이 떨어진다 해도, 오늘 목격한 이 완벽한 조화는 마음속 깊은 곳에 지지 않는 꽃밭을 일궈놓았습니다. 봄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결을 따라 더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것입니다.
떨어지는 꽃잎에 마음을 내어주기보다, 지금 이 순간 나를 향해 웃어주는 저 꽃들의 배웅을 기쁘게 받아들여 보는 건 어떨까요? 깊어가는 봄은 아쉬움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화려한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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