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이 다 가기 전, 전주수목원의 초록이 짙어가는 길목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존재를 만났습니다.

이름표에는 ‘자엽박태기나무’라는 다소 생소하지만 단단한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보통의 꽃들이 가지 끝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것과 달리, 이 친구는 참으로 당차고도 독특합니다. 굵은 나무줄기를 따라 다닥다닥 붙어 피어난 보랏빛 꽃송이들.

마치 누군가 정성스레 보석을 알알이 박아놓은 듯, 줄기를 감싸 안으며 하늘을 향해 굽이쳐 오르는 자태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식물학에서는 이를 ‘정국성(Cauliflory)’이라 부른다지요. 줄기에서 직접 꽃을 피워내는 그 강인한 생명력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꽃망울이 꼭 좁쌀이나 밥알을 닮았습니다. 그래서 ‘박태기’라는 정겨운 이름이 붙었나 봅니다.

일반 박태기와 달리 잎이 돋아날 때부터 짙은 자줏빛을 머금고 있어 ‘자엽(紫葉)’이라 불리는 이 나무는, 초록색 숲을 배경으로 강렬한 보랏빛 대비를 이루며 수목원의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굽이진 가지의 곡선미는 자연이 빚은 하나의 조각 작품 같고, 그 위를 수놓은 꽃들은 봄날의 화려한 찬가처럼 느껴집니다. 카메라 렌즈 너머로 그 생생한 질감을 담아내며, 자연은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 제자리에서 이토록 완벽한 예술을 완성해 낸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찰나의 봄을 붙잡아 두듯, 줄기 가득 피어난 보랏빛 설렘을 사진에 담아 여기에 공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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