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수목원의 봄날은 깊어만 가고, 그 길 위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참으로 눈부십니다. 수많은 봄꽃이 고개를 내밀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시선을 머물게 하는 고운 주인공이 있습니다. 바로 환상적인 자태를 뽐내는 큰별목련 '메릴(Merrill)'입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파란 하늘을 도화지 삼아, '메릴'은 마치 하얀 별들이 내려와 가지마다 사뿐히 내려앉은 듯한 풍경을 선물합니다. 단아하고 정갈한 일반 목련도 참 예쁘지만, 겹꽃의 풍성함을 지닌 메릴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무희처럼 우아하면서도 생기가 가득합니다.

큰별목련은 '고귀함'이라는 꽃말을 품고 있습니다. 이 꽃은 1950년대 초, 하버드 대학 아놀드 수목원에서 육성되어 설립자인 엘머 드루 메릴 박사를 기리기 위해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학자의 이름을 따서 그런지, 화사함 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기품과 지적인 향기가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햇살을 머금은 꽃잎 끝이 바람에 살랑일 때면, 꽃들은 보는 이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듯합니다. 가장 맑은 날, 가장 눈부신 모습으로 곁에 머물겠다는 소중한 약속처럼 다가옵니다.


수목원의 고즈넉한 기와담장과 어우러진 메릴의 자태는 봄날의 가장 아름다운 한 페이지를 장식합니다. 비록 짧은 만남일지라도 사진 속에 담긴 이 따뜻한 미학은 우리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지 않는 별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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