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새벽 푸른 안개를 깨우며
가지마다 다닥다닥
분홍 밥알들이 깨어났습니다.

잎도 나기 전, 성급한 그리움이
마른 등걸을 뚫고 나와
진보라색 등불을 일제히 밝혔습니다.

촘촘히 엮인 꽃송이들은
어제 나눈 못다 한 이야기인가요,
아니면 가지 끝에 매달린
가장 화려한 침묵인가요.

새벽이슬에 젖은 꽃잎들이
햇살 한 줌에 제 몸을 달구면
세상은 온통 박태기나무가 뿜어내는
진한 사랑의 농도로 가득합니다.

절정을 이룬 저 분홍빛 떨림,
지나가는 바람마저 발을 멈추고
그 황홀한 잔치에 넋을 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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