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밖이 미세먼지로 뿌연 오늘 같은 날엔, 며칠 전 만났던 그 하얀 철쭉의 눈부심이 더 간절해집니다. 어느덧 벚꽃과 개나리가 지나간 자리에, 뒤늦은 듯 조용히 피어난 흰철쭉은 마치 요란한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은사(隱士)를 닮았습니다.

꽃잎 안쪽에 수놓아진 연둣빛 점들은 차마 다 보여주지 못한 꽃의 수줍은 고백 같습니다.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제 스스로의 빛깔만으로도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그 담백함.

걷다 멈춰 서서 허리를 숙이고, 그 작은 꽃눈과 눈을 맞추는 시간은 단순히 사진을 찍는 행위를 넘어 제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입니다. 렌즈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미세먼지도, 어지러운 소음도 없는 오직 순백의 평화뿐입니다.

오늘처럼 나가지 못해 답답한 날, 사진 속 그 하얀 꽃잎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꽃은 말합니다. 가끔은 멈춰 서서 스스로를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러면 다시 맑은 햇살이 찾아올 때, 더 투명하게 피어날 수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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