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암산의 거대한 흰 바위산인 백학봉을 병풍처럼 두르고 선 백양사 대웅전은 단순한 불전 그 이상의 깊은 울림을 줍니다.
1917년 만암 스님에 의해 중건된 이 전각은 조선 후기에서 근대로 이어지는 우리 사찰 건축의 정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백제 무왕 때 창건된 이래 수차례 전란과 화마를 겪으면서도 꿋꿋이 일어선 백양사의 역사는, 이 웅장한 대웅전의 기둥 하나하나에 민족적 자긍심과 숭고한 법맥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건축적 미학 또한 일품입니다.
육중한 팔작지붕을 안전하게 떠받치기 위해 기둥 사이사이 촘촘하게 짜 맞춘 다포 양식의 공포는, 선조들의 정교한 공학적 설계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조각 예술입니다.
세월의 흐름 속에 단청의 화려함은 조금씩 씻겨 내려갔지만, 오히려 그 자리에 인위적이지 않은 담백한 기품이 들어차 역사가 남긴 깊은 맛을 더해줍니다.

전각 내부의 섬세한 닫집과 불단은 조선 시대 불교 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이며, 외벽의 벽화들은 구도자의 길을 묵묵히 일러주는 듯합니다.
백학봉의 정기와 약수천의 맑은 기운이 만나는 이곳에서 대웅전은 오늘도 고요히 중생을 맞이하며, 비우는 지혜와 채우는 평온을 가만히 일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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